[스포츠서울 | 장충=정다워 기자] 개막 전 예상했던 바로 그 모습. IBK기업은행이 우승 후보의 위용을 되찾았다.

V리그 새 시즌 개막 전 여자부 우승 후보로 분류됐던 기업은행은 예상 밖 부진에 김호철 전 감독을 떠나보내야 했다. 무려 7연패.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지도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공기가 달라졌다. 기업은행은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하며 4연승을 내달렸다.

여오현 감독대행의 포지션 변화가 주요한 모습이다. 원래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킨켈라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빅토리아를 왼쪽에 세우면서 공수가 동시에 살아나기 시작했다. 리베로 임명옥의 리시브 부담이 크긴 하지만, 공격에 힘을 주는 동시에 블로킹 높이를 강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임명옥이 워낙 궂은 일을 잘하다 보니 킨켈라, 육서영의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분위기 전환도 눈에 띈다. 여 대행은 “4연승은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연승의 비결은 없다”라면서도 “나도 선수 시절 연패도 해봤고 승리도 해봤다. 팀이 무거워지면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몸이 가벼워져야 한다. 그걸 지도자가 풀어줘야 한다. 그런 점을 많이 생각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대화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인다”라며 변화를 얘기했다. “감독님이 계속 웃으라고 하신다”라고 말한 임명옥의 증언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은행은 어느새 승점 16을 기록, 3위 GS칼텍스(19점)와 3점 차이로 좁혔다. 선두 한국도로공사(31점) 추격은 어려워도 봄 배구는 상상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임명옥도 “우리가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컵 대회에서 웃으면서 즐겁게 했다. 연패가 생기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며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봄 배구를 포기할 시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현재 여자부에서 페이스가 가장 좋은 팀은 기업은행이다. 도로공사의 연승도 끊겼고, 현대건설의 상승세도 눈에 띄지만, 최근 네 경기에서 11점을 쓸어 담은 기업은행의 상승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을 보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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