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고규필이 봉준호 감독과 영화 ‘마더’로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3일 유튜브 채널 ‘유튜브 하지영’의 ‘82talk’ 콘텐츠에는 MC 하지영과 동갑내기인 고규필이 출연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편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고규필은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 그리고 ‘마더’ 캐스팅 비화와 촬영 당시의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풀어놓았다.
고규필은 “봉준호 감독님과 영화를 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며 긴 오디션 과정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4~5시간에 걸쳐 오디션을 봤다. 끝나고도 ‘될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나중에 감독님께 직접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제안의 순간은 비 오는 날 우산 아래에서 찾아왔다.
고규필은 “비가 쏟아지던 날 감독님이 ‘실례가 안 된다면 우산을 같이 써도 되겠느냐’고 하셨다. 왜 이러시지 했는데, 같이 걸어가다가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데 생각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축하한다는 말 대신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주신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들어가서도 봉 감독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고규필은 당시 신인·조·단역 배우들에게는 앉을 자리조차 넉넉하지 않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느 날 촬영장에 갔더니 제 이름이 적힌 의자가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의자 하나로 자존감이 확 올라갔다. ‘나를 배우로 대우해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알고 보니 그 의자는 고규필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 모든 조·단역 배우들에게 이름이 적힌 의자가 준비돼 있었던 것. 함께 일하는 배우들을 끝까지 존중하려는 봉준호 감독의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고규필의 설명을 들은 하지영은 “장인은 다르구나”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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