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릿 ‘낫 큐트 애니모어’, 중독성 높은 몽환적 멜로디로 인기 확장
‘콩국수’ ‘린다린다’ ‘해파리’ 등 일상적 가사…아일릿만의 정체성 강조
단순한 ‘큐트→걸크러시’ 변환 아닌 ‘아일릿표 성장 서사’가 핵심 메시지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아일릿(ILLIT)은 말차보다 콩국수를 좋아한다.
아일릿(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이 첫 번째 싱글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를 통해 마냥 사랑스럽던 데뷔 초의 이미지를 깨부수고, 한층 성숙하고 당당한 정체성을 선언했다. 이번 곡은 K팝의 클리셰에 도전하는 아일릿의 본격적인 ‘자아 탐구’이자, 단순한 이미지 변화를 넘어선 ‘성장 선언’에 가깝다.

멜로디는 편안하지만, 메시지는 묵직하다. 도전적인 제목 그대로 “더 이상 귀엽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자신들을 규정하던 ‘귀여움’의 외투를 스스로 벗어던지는 용기 있는 시도다. 대중이 바라는 모습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단이다.
아일릿은 ‘낫 큐트 애니모어’를 통해 ‘우리에게는 아일릿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있으며, 그것이 곧 아일릿 그 자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어필한다. 특히 누구를 흉내 내거나 흔한 콘셉트를 따라 하지 않고, “이게 바로 아일릿이다”라고 선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가사를 보면 이러한 메시지는 더욱 구체화된다. 아일릿은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의 목록을 나열하며 자신들을 정의했다. “한정판 콩국수, 말차보다 고소해”라는 독특한 구절은 대중의 유행 대신 자신만의 확고한 기호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않는 쿨한 면모를 드러낸다.
여기에 “오, 록 윌 네버 다이(Oh, Rock will never die)” “린다 린다 자장가” “아이 갓 스웨이드 온 마이 바이닐(I got Suede on my vinyl)” 등의 가사에서는 록 음악을 선호하는 취향까지 더하며 귀여운 겉모습과 상반되는 빈티지한 감성을 표현한다.

압권은 “강아지보단 난 느슨한 해파리가 좋아”라는 구절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대신, 느슨하고 자유로운 해파리를 선택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성숙한 자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음악적으로도 기존 K팝 타이틀곡과는 명확히 다른 전략을 택했다. 레게 리듬을 베이스로 깔았지만,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팝 멜로디를 취하며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절제했다.
강렬한 고음 같은 ‘킬링 훅’ 없이 듣기 편안한 멜로디를 내세웠기에, 당초 첫 공개 당시만 해도 “타이틀곡보다는 수록곡에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았을 정도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듣기 편안함’이 서서히 인기를 퍼져나가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자극 대신 감성에 집중하며, 곡의 가사와 메시지가 리스너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낫 큐트 애니모어’의 퍼포먼스 역시 시너지를 내며 곡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멤버 모카를 중심으로 귀엽게 웃다가 시크한 표정으로 돌변하는 안무가 하이라이트다. 간결한 동작과 무심한 표정은 귀여움은 거부하면서도 아일릿만이 지닌 역설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 단순히 ‘걸크러시’나 ‘섹시’로 변환하는 여타 K팝 그룹의 성장 서사와는 다른, 개성과 자아의 성장을 표현하는 예술적 장치인 셈이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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