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국 드라마의 세월을 되짚어 올라가면 어느 순간마다 이순재라는 이름이 겹쳐진다.

시대를 대표한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냉철한 군주였으며, 또 다른 이에게는 인생의 길잡이 같은 선생님이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작품마다 달랐지만, 남긴 존재감은 언제나 단단했다.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중심을 지켜온 배우였다. 후배들은 그의 연기와 태도에서 길을 찾곤 했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그 기억을 품은 발걸음들이 이어졌다. 배우 이승기, 최수종·하희라 부부, 송승헌, 김영옥, 이한위, 윤다훈, 박상원, 유동근, 최현욱, 이무생, 줄리엔강, 가수 이용, 바다, 유재석, 박경림, 조세호 등 조문객이 다녀갔다.

빈소를 찾은 배우 김미숙은 “1988년 ‘가을소나타’라는 작품을 선생님이 연출하셨는데 그 작품에 제가 출연했다. 선생님과 인연이 없는 배우가 어디 있겠나. 저희 후배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고 늘 긍정적이고 열심이셨던 선배님이었다”고 회고했다.

추모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드라마 명장면을 공유하며 고인을 기리는 글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세대별로 기억하는 ‘나의 이순재’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올라왔다.

배우 김종수도 SNS에 “이순재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1935.10.10~2025.11.25”라는 글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이에 윤세아도 김종수의 게시글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글을 남겼다.

배우 최승경도 SNS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께 인사드리면 항상 와이프의 안부를 꼭 물어보셨는데,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도 많은 후배들이 함께했다. 영결식에는 배우 김나운, 김영철, 박상원, 이무생, 이원종, 유동근, 유인촌, 유태웅, 원기준, 최수종,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동환,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영철은 고인의 죽음에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시면 어땠을까”라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결식이 마무리된 뒤에도 슬픔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김나운은 상주 곁에서 손수건을 여러 번 들어 올렸다. 정준하는 눈가를 붉힌 채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하지원 역시 끝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연신 눈물을 훔쳤다.

운구차가 천천히 장례식장을 빠져나가자 후배 배우들은 줄지어 서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떠나는 차를 향해 마지막까지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고인에 대한 애틋한 존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1934년생인 이순재는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해왔다.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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