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100억원에 한화行
“할만큼 했다”는 KT
왜 자꾸 프랜차이즈 스타 놓치나
“아직 시장 철수 안 했다. 지켜봐 달라”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금액이 세 자리냐, 두 자리냐의 차이였다.”
KT의 겨울 공기가 유독 차갑다. 팀 역사를 쌓아 올리며 ‘얼굴’로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그 주인공은 ‘간판 타자’ 강백호(26)다. KT를 상징하고, 지탱하던 선수가 자꾸 나간다.
강백호는 2018년 KT에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다. 데뷔시즌 29홈런을 기록하는 등 8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3, 136홈런 56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6을 기록중이다. 강백호가 있어 KT도 빠르게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올라섰다. 2021시즌 통합우승도 품었다.

그래서 KT팬들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2023년 김재윤, 2024년 심우준·엄상백 등 프랜차이즈 선수를 못 지켰을 때도 한숨이 나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백호마저 떠났다”는 상실감은 기존과 또 다르다.
혹시 모기업 KT의 해킹 사태로 인해 피해자 보상문제가 대두되면서 지원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라면 ‘무조건 잡겠다’는 의지가 모자랐을까.

놀랍게도 KT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이번엔 잡는다”는 기조였다. 시즌 중 비FA 다년계약 제안, 프리에이전트(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두 차례 만남, 세 번째 미팅에서 ‘역대급 규모’로 조건 상향 조정까지. 사실상 보장액은 한화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KT 관계자는 “할 만큼 했다. 강백호에게 최종안을 제시했다. 단지 그 규모가 세 자리와 두 자리의 차이였다. 아쉽지만 보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KT는 강백호가 미국 도전 후 돌아오면 재협상 로드캡까지 세워뒀다. 한화가 ‘즉시·초강도 공세’로 나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결국 강백호는 4년 최대 100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선택했다.
KT도 고민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강백호는 부상과 수비 불안정으로 고전했다.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였다. 그럼에도 KT가 쉽게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팀의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 팬심의 무게.

‘왜 KT는 또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키지 못했는가’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자금력뿐 아니라 협상 전략 등 여러 요소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KT는 곧바로 다음을 준비 중이다. KT 관계자는 “우린 아직 철수하지 않았다. 실탄 충분하다. 지켜봐 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원에 다시 겨울바람이 분다. 남은 스토브리그가 그 바람을 조금이라도 덜 차갑게 만들 수 있을까. 이제 공은 KT로 넘어왔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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