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속팀 경쟁 벗어나 기회를 주자

그러나 현실은 ‘패스 3팀’

4년 차까지 보호 확대 → 지명 폭 축소

KBO는 왜 4년 차까지 보호했나

필요한 건 결국 ‘지속 소통’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2년 만에 돌아온 2차 드래프트다.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 본래 취지와 다른 장면이 있었다. 안치홍(35·한화→키움), 이용찬(36·NC→두산)과 같은 굵직한 이적도 있었지만, 정작 선수 이동 총량은 기대보다 훨씬 적었다. ‘선수 기회 확대’라는 제도적 목적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ML) 룰5 드래프트를 참고해 만들어진 제도다. 주전 경쟁이 치열한 팀을 벗어나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얻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번 드래프트도 10개 구단이 1~3라운드에서 최대 30명을 지명할 수 있었다(하위 세 팀은 5라운드까지).

뚜껑을 열어보니 지명된 선수는 15명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NC·한화·LG는 단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다. 선수 이동을 활성화하려 만든 제도인데, 움직임이 적은 제도가 된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 가장 큰 변화는 보호 규정 확대다. 애초 1~3년 차 선수만 보호 명단에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4년 차까지 자동 보호됐다.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고민이 많다. 실질적으로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4년 차까지 범위를 넓히니 움직일 수 있는 선수 풀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제도 자체가 ‘기회의 문’을 넓히자는 취지였는데, 보호 범위가 넓어지며 시장 자체가 좁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

KBO도 이유가 있다. KBO 관계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 중 4년 차가 많다.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하고 다른 팀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를 막기 위해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팀 입장에서는 ‘육성 중 무방비 노출’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또 뽑고 싶어도, 비싼 선수가 너무 많았다는 후문이다. 올해 풀린 선수 중엔 고액 연봉자가 다수 있었다. 샐러리캡이 빡빡한 팀은 선수를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었다.

2차 드래프트의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실패한 제도로 불리는 퓨처스 프리에이전트(FA)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다. 선수협 역시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에는 퓨처스 FA보다는 낫다”고 인정했다.

취지와 구조 사이의 틈을 좁히려면 결국 대화가 필수다. 시즌 종료 직후 허구연 총재와 선수협이 직접 만나 소통 창구를 열었다. 앞으로 보호 범위 조정, 샐러리캡과 충돌 문제 등 구단-선수협 간 니즈 조율을 위해 여러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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