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평소에는 좋으신데, 훈련 들어가면 악마예요!”
코치진의 이유 있는 두 얼굴에 혀를 내두르는 선수단이다. 200개의 펑고부터 끝없는 다이빙까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지만, 구슬땀을 흘러가며 훈련에 한창이다.
올시즌 SSG는 다소 뼈아픈 가을을 치렀다. 정규시즌 3위에 안착하며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지만, 업셋을 당하고 말았다. 절치부심을 다짐한 SSG는 지난달 25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유망주 집중 육성 캠프를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수비 훈련만 매일 2시간씩 소화하며 수비 강화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비력은 필수다. 타격이 뛰어나도, 수비에서 허점을 보이면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타격 코치 출신인 이숭용 감독 역시 “타격보다는 수비가 먼저”라는 점을 시즌 도중 강조하며 “수비는 97~98% 이상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비가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선수단은 스트렝스 훈련이 끝난 오후 11시부터 매일 같이 2시간씩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시간도 길어졌을 뿐 아니라, 펑고를 쳐줄 코치진도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기본기부터 다시 쌓겠다는 의지다. 핸들링부터 스냅 스로우, 무빙 스로우, 원 바운드 스로우, 상황별 스로우 등 30분이나 배정된 ‘지옥의 훈련’인 셈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스로잉에 불과해 보이지만, 송구만 무려 30분 동안 이어진다. 포구만큼 송구 또한 중요한 까닭이다. 반복되는 송구에 선수단의 “어깨 빠지겠다” 외침이 계속된다는 후문이다. 다만 순간의 고통을 감내하면 더 달콤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다. 전술 훈련에서는 태그플레이, 더블플레이, 번트 수비 등 상황별 대응을 집중적으로 다듬는다.
훈련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다름 아닌 장장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난타(송구 없이 진행되는 펑고)다. 박정권 퓨처스 감독까지 가세해 각 구역을 맡아 동시에 펑고를 친다. 한쪽은 강습타구, 다른 두 곳은 먼 쪽으로 가는 타구를 받아야 한다고. 선수당 200개가 넘는 공을 받는데, 무려 한 박스 분량이다.
이를 지켜 본 야마사키 인스트럭터 또한 압도적인 훈련량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이걸 다 하고 나서 타격 훈련까지 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준재는 “코치님들이 평소엔 진짜 좋으신데, 훈련 들어가면 악마”라며 “지난해보다 훨씬 힘들다. 그래도 내년을 위해 버티고 있다. 어깨는 이미 나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도가 확실히 높아진 점을 인정한 현원회도 “계속 넘어지고 흙투성이가 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수비할 때 슬라이딩이 부족해서 배우고 있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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