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이승록 기자] 가히 ‘대단한다’는 찬사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6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김건모에게 무대는 여전히 그의 안방이었다.

김건모는 15일 경기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5-26 김건모 라이브투어-KIM GUN MO.’를 개최하고, 오프닝곡으로 전대미문의 히트곡 ‘핑계’를 선곡하며 단숨에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국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 ‘핑계’는 1994년 지상파 3사 시상식은 물론이고 서울가요대상에서도 ‘대상’을 석권하며 김건모를 ‘국민 가수’ 반열에 올린 결정적인 노래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인기였다. 전 국민이 따라부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메가 히트곡’이었다. 이날 공연에서도 전주가 흐르자마자 관객들은 폭발적인 함성을 내질렀고, 김건모는 탄탄한 가창력과 노련한 무대 장악력으로 공연장 전체를 순식간에 압도했다.

모든 곡이 명곡이었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당신만이’ ‘스피드’ ‘사랑이 떠나가네’ ‘첫인상’ 등 김건모가 쏟아내는 히트곡 퍼레이드에 떼창을 멈출 틈이 없었다. 명곡들로 빽빽하게 채워진 세트리스트만 보더라도 김건모가 K팝 역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백이 무색했다. 이번 투어는 김건모가 길었던 6년여 공백에 마침표를 찍는 귀환의 장이었지만, 음악적 기량은 그대로였다. 특유의 창법으로 자유자재로 음을 가지고 놀았고, 객석의 반응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노래로 ‘밀당’ 하며 관객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격렬한 몸짓 없이도 저음과 고음을 현란하게 오가는 모습에서는 ‘50대 후반, 데뷔 34년차’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입담 역시 여전했다. 팬들에게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익살스럽게 투정을 부리고, 무대 위로 50대 여성 팬을 불러서는 “아무리 봐도 누나 같은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상연하 부부를 무대에 앉힌 뒤 명곡 ‘미안해요’를 부부의 이름으로 개사해 부르는 순간에는 웃음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만큼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2시간 30분 동안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웃기고 울렸다.

아픔은 웃음으로 승화됐다. 6년 공백 동안 개인사로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김건모는 결혼·이혼 등의 농담까지 건네며 베테랑 가수다운 여유를 보여줬다.

돌아온 김건모도 행복해 보였다. 그는 공연 말미 관객들에게 “즐거우셨나요?”라고 물으며 “저도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힘입어 댓글 신경 쓰지 않고 살겠다”며 “멋지게 늙는 영감탱이가 되어서 항상 여러분들 곁에 맴돌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 내년에는 저축 좀 하셔서 선물 좀 준비하셔라”고 덧붙여 마지막까지 유쾌한 웃음을 남겼다.

‘국민 가수’의 귀환이다. 이날 엔딩곡 ‘사랑합니다’의 가사 “우리의 사랑이 지쳐있을 때 나만을 믿어준 그대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는 김건모가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김건모는 이 마음을 담아 팬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든든한 팬심에 보답했다.

김건모의 투어는 대전, 인천 등을 거쳐 내년 초 서울 공연으로 이어진다. 남은 투어 역시 당연한 매진 행렬이 예상된다. ‘국민 가수’의 저력은 공연장에서 직접 봐야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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