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독보적인 음악 색깔로 K팝 신에서 톱티어 걸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르세라핌 싱글 1집 ‘SPAGHETTI’는 참신한 음악성과 당당한 주체성으로 ‘르세라핌다운 음악’, ‘르세라핌이 곧 장르’임을 각인시켰다.
음악 평론가들은 이번 앨범에 대해 “첨단의 사운드, 파격적인 콘셉트, 시련 극복 등을 융합시켜 K팝 신에서 르세라핌만이 가능한 ‘음악 메뉴’를 만들어냈다”며 “르세라핌은 음악 장르를 특유의 컬러로 재해석하고 전유하는 팀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르세라핌의 싱글 1집 ‘SPAGHETTI’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50위에 오르며 팀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르세라핌은 미니 3집 타이틀곡 ‘EASY’(99위), 미니 4집 타이틀곡 ‘CRAZY’(76위)에 이어 데뷔 3년 6개월 만에 세 곡을 ‘핫100’에 진입시키며,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를 잇는 글로벌 K팝 톱티어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1일 발표된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에서도 46위를 차지하며 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SPAGHETTI (feat. j-hope of BTS)’는 얼터너티브 펑크 팝 장르로, 다양한 국내외 프로듀서진의 합류로 완성됐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칸예 웨스트, 콜드플레이 등과 작업해온 아르헨티나 프로듀서 페데리코 빈드버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Stuck with U’를 프로듀싱한 지안 스톤 등이 참여했다.

평단은 이번 싱글이 르세라핌이 데뷔 후 꾸준히 이어온 장르 실험의 정점이자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르세라핌은 데뷔 이래 힙합, 펑크, 아프로비츠, 라틴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탐험하며 ‘치열함’, ‘내면 성장’ 등 그룹만의 이야기를 구축해왔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시련을 거치며 쌓은 자신감과 내면의 단단함이 이번 앨범 전반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당당하게 풀어내는 태도가 르세라핌만의 강점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조혜림 음악콘텐츠기획자는 “르세라핌의 보컬은 ‘SPAGHETTI’가 지닌 감정 곡선과 에너지 밀도 조절에 최적화돼 있다”며 “‘SPAGHETTI’는 르세라핌을 가장 세련되게 드러낸 곡으로, 장르를 요리하듯 표현하는 르세라핌의 여유가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피처링은 곡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동시에 곡의 표현력을 확장시켰다. 김성환 평론가는 “단순한 피처링 참여가 아닌, 곡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고 짚었다. 조혜림 기획자 역시 “제이홉의 피처링은 하나의 ‘킥’으로 존재한다”며 “청자에게 좀 더 직설적인 의미를 던져 곡을 해설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록곡 ‘Pearlies (My oyster is the world)’는 디스코 팝 스타일의 곡으로, 멤버 허윤진이 직접 곡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진주는 갖는 것이 아니었어 / 내 안에 쌓이는 지혜 같은 것”이라는 가사는 르세라핌이 스스로의 성장을 주체적 관점에서 비유적으로 풀어낸다.
황선업 평론가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표현한 가사들이 인상적”이라며 “팬들을 지키는 주체적인 아티스트로서, 팬덤과의 관계 또한 수평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고 평했다.

퍼포먼스와 비주얼 면에서도 르세라핌 특유의 감각이 돋보인다. “이빨 사이 낀 SPAGHETTI”, “머릿속 낀 SSERAFIM” 등의 가사에 맞춘 직관적인 안무는 도파민을 자극할 정도로 강렬하다. 탈색 눈썹, 주황색 머리카락 등 과감한 비주얼 변신도 눈에 띈다. 식재료들이 공중을 떠다니거나 배경을 2D 애니메이션처럼 표현하는 등 뮤직비디오 내 다양한 효과와 연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성환 평론가는 “스파게티 소스 원료인 토마토의 색감이 전편을 지배하면서 통념적인 상상력을 깨는 장면이 갖는 충격은 꽤 매콤하다. 르세라핌만의 신선한 안무 역시 악곡의 중독성을 강조해주는 면이 있다”며 “서구적 파격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은 글로벌 확장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전작들에서는 각 잡힌 음악과 퍼포먼스로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한 반면, 같은 치열함도 이렇게 접근성 있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싱글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세라핌은 지난 4월 시작한 월드투어 ‘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을 성황리에 마쳤다.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를 포함해 아시아와 북미의 11개 도시 13회 공연이 매진됐다. ‘걸그룹 퍼포먼스 최강자’다운 화려한 무대와 탄탄한 가창력으로 호평받았으며, 오는 11월 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앙코르 콘서트 ‘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ENCORE IN TOKYO DOME’을 앞두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이뤄낸 첫 도쿄돔 입성으로, 싱글 1집 ‘SPAGHETTI’ 활동에 이어 글로벌 흥행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혜림 기획자는 “안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즉시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을 지닌 그룹으로의 발전이 눈에 띈다”며 “이제는 그들의 콘셉트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대 하나로 모든 의미를 전할 수 있어 글로벌 대중에게 쉽게 어필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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