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불과 며칠 전 왕좌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이들이 이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같은 팀 동료로 만난다. 한화 문현빈(21)과 LG 박해민(35) 얘기다.

역대급 순위 싸움이 펼쳐진 2025시즌도 끝이 났다. 올시즌 ‘2강 구도’를 구축한 LG와 한화가 가장 높은 곳에서 맞붙었고, LG가 4승1패 압도적인 우위로 징검다리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한화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이 물거품됐다.

다만 문현빈과 박해민의 가을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3월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해 열리는 평가전에 국가대표로 차출됐기 때문. 지난 2일부터 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한화와 LG는 4일부터 합류한다. 체력적·정신적 소모가 큰 경기를 연달아 치른 만큼 휴식을 부여한 셈이다.

올해 가을 두 사람의 활약은 가히 눈부셨다. 입단 3년 차에 주전 자리를 꿰찬 문현빈은 올시즌 141경기에 나서 타율 0.320, 12홈런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9의 호성적을 거뒀다. 3,6월 제외하면 꾸준히 타율 3할대를 유지했고,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도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PS) 최다 타점 2위에 올랐다.

박해민은 LG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중견수다. 144경기에서 타율 0.276, 3홈런 43타점 49도루, OPS 0.725를 마크한 데 이어 개인 통산 450도루까지 달성했다. 특히 한화를 상대로 말 그대로 ‘미친 호수비’를 선보여 ‘성심당 출입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수비 강점을 지닌 선수다. KS 1차전에서도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문현빈 역시 PS서 자신의 홈런성 타구를 앗아간 박해민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다”고 운을 뗀 그는 “박해민 선배님도 오시지 않나. 수비에 대해 최대한 많이 묻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일전 KS 미디어데이에서 임찬규가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문현빈을 꼽았다.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지만, 수비는 갈 길이 먼 상황. 문현빈은 “큰 경기를 치렀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위기 상황에서는 긴장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무엇보다 ‘투수 친화 구장’으로 알려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면서 연일 ‘슈퍼캐치’로 세간을 놀라게 하는 박해민이다. 문현빈 또한 “박해민 선배님의 호수비에 막혀서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한 만큼, 이들의 ‘국가대표 시너지’에 기대가 모인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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