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6회말 4실점
21시 기준, PO 4차전 ‘원점으로’
승부처에 김서현 등판→대량 실점 빌미
믿음의 야구가 항상 정답이 아닌 이유

[스포츠서울 | 대구=박연준 기자] 한화 김경문(67) 감독의 야구는 언제나 ‘믿음’에서 시작한다.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의 과정을 기다린다. 가을야구는 다르다. 단기전은 기다림이 아니라 순간의 결단이 승부를 가른다. 승부는 다시 원점이다. 김 감독의 판단 미스가 아쉬웠다.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의 7회는 ‘믿음의 야구’가 항상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 5회초 문현빈의 스리런포로 4-0 앞섰다. 초반 분위기는 완벽했다. 선발 정우주가 3.1이닝 2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큰 무대에서 호투를 펼쳤다.
문제는 6회말이다. 황준서를 올렸다. 그러나 승부의 방향은 그 순간부터 미묘하게 흔들렸다. 황준서는 제구 불안과 볼 배합의 문제로 1실점을 내줬다. 1,2루 위기가 계속됐다.

이 시점에서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등 외국인 투수의 등판도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력전을 선언했는데, 갑자기 믿음의 야구다.대신 김서현을 투입했다.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김서현은 시즌 막판부터 흔들림이 있었다. SSG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이후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졌다. 3차전에서는 등판조차 하지 않았다. ‘믿음’이라는 이유로 다시 기회를 줬지만, 시점이 문제였다. 4-1로 추격당한 상황. 팽팽한 타이밍이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투수를 등판시키기엔 위험한 순간이었다.
결과는 냉정했다. 김서현은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을 허용했다. 시즌 내내 반복된 약점이 또 터졌다. 홈런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한승혁으로 교체됐다. 한화의 4-0 리드는 순식간에 4-4가 됐다.

가을야구는 ‘믿음’이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다. 김서현을 믿는 결정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지금은 단기전이다. 한 번의 실수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대다. 4점 차 리드, 분위기를 굳힐 타이밍이다. 갑자기 불안한 투수를 투입한 건 큰 리스크다.
물론 김경문 감독의 의도는 이해된다. 김서현을 믿고, 자신감을 심어 주려는 의도다. 그러나 그 ‘믿음’이 오히려 김서현의 자신감을 더 떨어뜨렸다. 편안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팽팽한 국면에서 다시 흔들리게 한 셈이다.
한화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7회초, 4-4 동점 상황까지 몰렸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흐름’이다.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한 한화는 스스로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었다.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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