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해외 판매 110% 폭증하는데… K-팝 팬들 맞이할 곳 없는 한국

19만원짜리 티켓이 800만원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한 해법은?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전 세계가 K-팝의 본고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주요 예매처를 통한 K-공연 티켓의 해외 판매량이 최근 1년 새 110% 이상 급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의 이면에는 심각한 성장통이 자리 잡고 있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티켓팅과 수십 배에 달하는 암표, 그리고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열악한 공연 인프라는 K-공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그림자로 떠올랐다.

◇ 세계가 주목하는 K-공연, 현실은 ‘공연장 가뭄’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놀유니버스·멜론티켓 등 주요 예매처의 티켓 해외 판매량은 2022년 약 6만 4000장에서 2024년 45만 3000장으로 3년 만에 7배 이상 폭증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한국 공연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해외 팬들을 맞이할 대형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서 1만 석 이상 규모의 실내 공연이 가능한 곳은 고척스카이돔, KSPO돔 등 단 5곳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도쿄돔을 비롯한 5대 돔구장 외에도 1만 석 이상 수용 가능한 실내 경기장이 29곳에 달하며, 미국은 20여 개의 폐쇄형 돔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격차는 K-팝의 성장세를 국내로 흡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문석 의원은 “K-팝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국가적 문화 경쟁력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대형 아레나 설립을 포함한 공연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예산 확보와 함께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K-컬처의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서울 창동에 2027년 건립 예정인 ‘서울아레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 40배 뛴 암표, 팬심 악용하는 ‘검은 시장’

공연장 부족은 결국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을 유발하고, 이는 곧 암표 시장의 배를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연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오는 10월 말 열리는 ‘NCT WISH’ 콘서트의 경우, 정가 19만 8000원짜리 VIP석이 온라인에서 40배가 넘는 8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팬들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한 불법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현행법상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예매와 웃돈 판매가 동시에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해 실질적인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2023년부터 2년 가까이 접수된 신고 중 유효 신고로 분류돼 발권 취소 등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 건은 단 206건에 불과했다.

박수현 의원은 “암표 문제를 전담하는 인력이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단 1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정부가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예매처·플랫폼과 협력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의 필요성 또한 역설했다.

K-공연이 진정한 글로벌 문화 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폭발하는 팬들의 사랑에 부응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과 공정한 관람 문화 정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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