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법 제12252호(Republic Act No. 12252), “외국인 투자자 최대 99년 동안 토지임대 허용” ‘99년 토지임대법’, 필리핀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적 전환점

부동산 전문가, “관광·도시개발·산업·인프라 분야 등 장기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기술 이전·지역개발 효과 가져올 것”

[스포츠서울 | 정현옥 필리핀 특파원] 필리핀 부동산 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에 외국인은 토지를 직접 소유할 수 없고 콘도미니엄만 소유할 수 있으며, 토지 임대는 최대 50년(연장 25년)까지만 허용되었으나 최근 제정된 공화국법 제12252호(Republic Act No. 12252)는 외국인이 최대 99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필리핀 부동산 투자 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 제도적 전환점

필리핀은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에게 가장 보수적인 부동산 제도를 유지해왔다. 즉, 외국인의 직접 토지 소유는 금지되어 있으며, 콘도미니엄을 제외한 토지는 최대 50년 임대와 25년 단일 연장만 가능했다. 이러한 구조는 토지 소유권을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장기 자본 유치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적돼 왔다.

지난 9월 3일 발효된 공화국법 제12252호(Republic Act No. 12252)는 이 한계를 뛰어넘는 조치를 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대 99년 동안 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준 소유권에 가까운 장기 안정성을 제공하며, 필리핀 부동산과 인프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 투자 유치의 걸림돌 해소

기존 50+25 체계는 겉보기에는 장기처럼 보였으나, 25년 연장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를 주저하게 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계획부터 회수까지 수십년이 걸리는데, 중간에 갱신 불가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조차 통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99년 토지임대법’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장기 임대권을 담보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고, 개발사는 수십 년에 걸친 안정적 현금 흐름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안정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장기 임대권이 금융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은행성 자산(bankable asset)으로 전환됨으로써, 필리핀 내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 관광산업의 파급효과

관광산업은 이번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다. 올해 1월 기준, 필리핀의 국제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조트·골프장·복합 관광단지는 초기 투자비가 많고 회수 기간이 길어 50년 임대로는 사업성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99년 임대’ 제도는 글로벌 호텔 체인과 리조트 운영사가 세대를 걸쳐 운영할 수 있는 투자등급 자산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 도시개발·타운십 프로젝트 가속화

메트로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권에서는 이미 ‘타운십(township)’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주거·상업·레저·공원을 결합한 복합개발사업은 수십 년에 걸친 도시설계가 필요하다.

기존 임대 체계에서는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가 제약받았지만, ‘99년 임대’는 글로벌 개발사가 ‘뉴타운 프로젝트’를 필리핀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 부동산 개발을 넘어 교통·교육·의료·인프라까지 통합된 신도시형 프로젝트의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 산업·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

필리핀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산업단지·물류 허브·공항·항만·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는 막대한 초기 자본과 장기간의 운영 안정성이 필요하다. 이번 제도 개편은 외국 개발사가 필리핀의 디지털 인프라와 산업생산기지 구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필리핀의 이번 개혁은 역내 경쟁국의 정책과 비교해 볼 때 시의적절하다. 싱가포르·홍콩·몰디브는 이미 ‘99년 임대’ 제도를 운용하며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며, 필리핀을 ‘투자 가능한 시장’에서 ‘투자 매력적인 시장’으로 격상시키는 발판이 될 수 있다.

△ 국내 이해관계자와 균형

중요한 점은, 이번 법 개정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동시에 국내 토지 소유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점이다. 토지소유자는 핵심 자산인 토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투자자는 장기 프로젝트 실행과 회수가 가능하고, 임대 기간 종료 후 토지는 소유주에게 반환되어 재개발이나 재임대를 통해 새로운 가지 창출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외국 자본과 국내 토지 소유자 모두에게 장기적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 전망

이번 ‘99년 토지임대법’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닌 필리핀 경제의 글로벌 개방을 상징하는 조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관광·도시개발·산업·인프라 분야에서 장기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기술 이전·지역개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동시에 토지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필리핀 국민의 토지 보유권을 보호하면서 글로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균형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혁은 필리핀을 아시아 내 장기 투자 허브로 도약시키는 첫걸음이다. 외국인에게는 안정성과 기회를, 필리핀에는 성장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약속하는 제도적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99년 토지임대법’은 필리핀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장기 투자와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ryan.santos0706@gmail.com, 카카오톡 ID: 88Rea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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