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몇 초짜리도 있다. 짧고 강한 자극을 담은 ‘숏폼 콘텐츠’가 시대의 속도에 맞춰 미디어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 흐름에 따라, 드라마와 예능은 물론 웹툰까지 짧은 형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OTT 업계는 이미 전열을 가다듬었다. 티빙은 최근 숏폼 전용 브랜드 ‘티빙 숏 오리지널’을 론칭하며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1~2분짜리 초단편 콘텐츠이지만 서스펜스, 치정극, BL, 학원 로맨스까지 장르는 놀랍도록 다채롭다.
티빙은 ‘SKY 캐슬’ ‘호텔 델루나’로 잘 알려진 배우 박유나가 출연하는 ‘닥쳐, 내 작품의 빌런은 너야’를 비롯해 차학연, 강리한의 브로맨스 스릴러 ‘이웃집 킬러’를 공개한다. 이어 복수극의 클리셰를 비튼 ‘불륜은 불륜으로 갚겠습니다’, 타임슬립 로맨스를 담은 ‘나, 나 그리고 나’까지 총 네 편이 순차적으로 출격할 예정이다. 티빙 관계자는 “숏폼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발굴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티빙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왓챠는 이미 지난해 ‘숏차’라는 숏폼 드라마 전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가르쳐 주세요’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 등의 작품을 공개했다.
웨이브는 유튜브 기반 콘텐츠를 확보해 ‘할명수’ ‘르크크 이경규’ ‘운동부 둘이 왔어요’ 등 10~20분 내외의 ‘웹 예능’ 숏폼을 선보이며 시청자 반응을 끌어올리고 있다.
숏폼 열풍은 웹툰 시장으로도 번졌다. 네이버웹툰은 오는 9월, 앱 내에 숏폼 영상 기능인 ‘컷츠’를 추가한다. 기존의 세로 스크롤 방식에서 벗어나, 짧은 애니메이션 형태로 웹툰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좀비딸’의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김애용씨의 하루’를 시작으로,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에선 이미 올 5월 ‘뉴 앤드 핫’이라는 이름의 숏폼 기능이 적용됐다.

숏폼 콘텐츠는 단순히 ‘짧다’는 형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CJ메조미디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는 하루 평균 75분, 20대는 54분 이상 숏폼 콘텐츠를 소비한다. 10~20대를 중심으로 이뤄진 소비 습관은 이제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제작비 효율도 좋다. 전통적인 드라마 한 회 제작비가 20억 원을 훌쩍 넘는 데 비해, 숏폼 드라마는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에서 제작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은 당연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숏폼은 Z세대 중심의 콘텐츠 소비 성향, 특히 이동 중 소비에 최적화된 형식”이라며 “형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고, 앞으로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긴 이야기를 짧게 담는 법, 깊은 감정을 순식간에 터뜨리는 법. 콘텐츠는 지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중이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 숏폼이 있다. 드라마, 예능, 웹툰 등 미디어는 ‘짧아지는 중’이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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