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빠르게 고조되는 감정선, 화끈한 스킨십, 능수능란한 플러팅. 요즘 연애 예능에선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자극이 흥행의 공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한 한 프로그램이 있다. 더디고 어설프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이하 ‘모솔연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처음 공개된 ‘모솔연애’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 12명이 인생 첫 연애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메이크오버 리얼리티다.
외면과 내면을 함께 가꾸며 사랑에 한 발씩 다가가는 여정은 다른 연애 예능보다 느리지만 이상하리만큼 눈을 뗄 수 없다.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TOP 10에 진입하고, 국내 주간 순위 2위를 기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극은 없지만, 대신 시청자에게 오래 남는 감정을 건넨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어설프고 느렸다. 첫 만남 자리에서도 남녀는 서로를 경계하듯 따로 앉고,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을 두드리는 일조차 망설인다.
관심 있는 이성이 말을 걸어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채 자리를 피하고, 데이트 중 대화가 끊겼음에도 ‘티키타카가 잘 됐다’고 착각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연애 경험이 있는 시청자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한때 누구나 겪었을 감정이라 공감이 일어난다.
출연자들의 변화는 느리지만 꾸준히 이어진다. 상대의 취향에 맞춰 옷을 고르고, 함께 앉고 싶어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등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들이 이어진다. 서툴게 감정을 표현하다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해 울기도 한다. 이런 감정선은 단순히 예능의 한 장면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이들의 성장 서사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은 ‘썸메이커스’로 출연한 서인국, 강한나, 이은지, 카더가든이다. 이들은 단순히 출연자의 데이트를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메이크오버부터 조언과 피드백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출연자들이 실수할 땐 대신 사과하고, 잘한 행동에는 아낌없는 칭찬을 건넨다. 출연자들과 교감한 이들이기에 시청자 역시 이들의 시선을 통해 출연자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서툰 사람들을 향한 조롱이 아닌 응원의 시선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모솔의 밤’ ‘5분 책방’ ‘랜덤 스팟 데이트’ 등 연출 역시 자극보다 감정을 쌓는 데 집중돼 있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러브라인은 보다 구체화됐다. 정목을 중심으로 한 여성 출연자들의 경쟁, 지수를 사이에 둔 남성 출연자들의 엇갈린 감정은 프로그램의 감정선을 한층 끌어올렸다. 정목과 재윤을 둘러싼 애정 서사는 서툰 면이 있어 오히려 더 응원하게 된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연애 예능이 빠르게 전개되는 감정선과 강한 자극을 통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느리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하고, 자주 실수하며,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 더딘 걸음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깊이 각인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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