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K-컬쳐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댄스 프로그램, 글로벌 아이돌 탄생 등 K-컬쳐가 다각도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 예다.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세계 무대를 누비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데뷔 무대 직전 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과 챌린지를 나누며, 남산타워와 낙산공원을 배경으로 무대에 오른다. 동시에, 무당과 저승사자의 퇴마 서사를 더해 K팝과 한국적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시청 1위를 기록했다. OST는 빌보드 200에서 2위, 수록곡 ‘Golden’은 핫100 차트 6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콘텐츠가 단순히 K팝의 인기에 기대기보다 그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듬과 멜로디, 한국어와 영어를 섞은 후렴, 트와이스·리정·테디 등 실제 K팝 아티스트의 참여까지. 기존 팬들이 익숙하게 즐겨온 K팝의 감각을 충실히 확장해낸 것이다.
댄스 예능도 마찬가지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리즈는 무대를 꾸미던 백댄서를 주인공으로 끌어올리며 K팝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퍼포먼스’를 새롭게 조명했다.
이번 시즌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세계 각국의 댄서들이 참여해 K댄스의 글로벌성을 강조한다. 특히 한국팀 ‘범접’은 부채춤과 갓, 집단무의 강렬한 구성을 통해 한국적 미학과 감정을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해당 무대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500만 회를 돌파하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확장은 계속된다. 하이브는 미국 게펜 레코드와 협업해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200 4위를 기록하고, 전미 투어를 전 회차 매진시켰다.
카카오엔터와 SM엔터는 영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디어앨리스(dearALICE)를 론칭해 K팝 시스템의 수출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들은 100일간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전 과정은 영국 BBC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아파트’ 속 술게임 장면, ‘오징어 게임’의 전통놀이처럼, 외국인 관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지는 한국적 요소가 최근 K컬처 콘텐츠에 많이 녹아 있다. K팝이 가진 다중 협업 시스템, 글로벌 송캠프, 제작과 퍼포먼스의 집단 창작 구조 덕분에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 기업과 아티스트가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성공 사례가 한국 내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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