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신작 ‘키메라의 땅’과 함께 내한
클래식 낭독 콘서트 ‘키메라의 시대’서 만남
하늘·물·땅의 인간 ‘혼종인류’에 대해 질문 던져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8월 신간 ‘키메라의 땅’ 발매와 더불어 서울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내레이션 콘서트 ‘키메라의 시대’에 한국 독자들을 관객으로서 공연장에 초대했다.
베르베르는 1일(한국 시간) 세종솔로이스츠 주최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하 뮤직 페스티벌)’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키메라의 시대’에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키메라의 땅’ 독자들에게 각자의 상상력으로 주인공의 미래를 완성하라고 제안했다.
‘키메라의 시대’는 베르베르의 신작 ‘키메라의 땅’을 바탕으로 체임버 오케스트라 세종솔로이스츠,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와 플루티스트 최나경의 연주로 공연된다. 특히 베르베르가 직접 작품 해설자로 무대에 올라, 문학과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소설 ‘키메라의 땅’은 후성유전학과 유전자 돌연변이 전문가인 ‘알리스 카머러’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해 각각 하늘, 바다, 땅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3가지 새로운 존재(키메라)를 창조한다. 새로운 생명체가 생존 환경을 넓혀가는 가운데, 기존 인류는 과연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한국을 사랑하는 베르베르, 2년 만에 ‘이야기꾼’으로 만난다
평소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베르베르는 2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남이 문학만이 아닌 공연·예술로서 마주한다는 것에 설렘을 표시했다. 그는 “독창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드니 성호가 처음 제안했을 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한 베르베르는 “선사시대 때 모닥불 옆에서 부족들을 모아 이야기하던 ‘이야기꾼’과 같다.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자 시각장애인 음유시인 호메로스도 눈이 안 보이는 상태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며 “글을 쓴다는 건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매번 모니터만 보면서 인터렉션(Interaction)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 최근 워크숍을 하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이 나의 텍스트에 어떻게 반응할지 큰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글은 고척화이지만, 공연은 서로 살아 숨 쉰다.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는지 반응이 궁금하다”며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작가의 낭독회가 많지 않다. 낭독회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인터렉션 어조로 느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이 작가의 목소리에 담긴 부분까지 독자들과 만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비발디를 사랑한 소년, 문학에 음악 입힌 감동의 차이 느껴
이번 콘서트에 앞서, 베르베르는 음악과의 접촉에 있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11살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다는 그는 “비발디의 플루트(피콜로) 콘체르토를 배웠고, 딱 이 곡만 연주했다. 또 클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신작 ‘키메라의 땅’을 집필할 때도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했다. 베르베르는 “책을 다 쓰고 나면 그때의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한다. 글만 보는 것보다 음악과 같이 볼 때 더 크게 감동하기 때문”이라며 “음악은 언어의 장벽이 없는 보편성을 지닌다. 문학은 번역에 의해 변형되지만, 음악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언어다. 또 문학은 ‘자기’만의 속도가 있지만, 음악은 ‘우리’에게 주는 속도가 있다는 차이점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 상상력 속 신인류의 탄생…형태 아닌 의식의 변화
이날 베르베르는 ‘키메라의 땅’의 표지를 공개했다. 그림 속엔 익숙한 레오나르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가 그려져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보면 박쥐의 날개가 달린 인간의 모습인 것을 알 수 있다. 베르베르는 이를 통해 팔 없이 날개가 있는,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깊이 땅굴을 팔 수 있는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베르베르는 소설을 통해 인류의 반복된 역사를 강조한다. ‘키메라의 땅’처럼 미래를 상상하면서도 과거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폭력의 사이클에서 두려움이 반복되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가 추구하는 신인류에 대해 “우리의 겉모습만 바꾸는 건 충분하지 않다. 의식상태를 바꿔야 한다”며 “현재 나쁜 길로 갈 소지가 크다. 나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될지 걱정도 많다. 작가로서 다음을 상상한다. 현재 안 좋은 음악처럼 구(舊) 제국들이 충돌하는 것을 다음 세계를 통해 상상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하늘·물·땅의 혼종인류,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퍼지길
‘키메라의 땅’에는 박쥐·돌고래·두더지의 모습을 한 3종류의 혼종인류들이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이를 ‘혼종 메커니즘’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히 인간의 팔에 날개를 더한 것이 아니라, 팔이 날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혼종은 자연 규칙을 따른다. 환경에 따라 신체의 한 부분이 발달하거나 모자란 것처럼 균형을 맞춘다. 즉, 하이브리드 동물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상상력이다. 그는 “배트맨’은 사람이 하지만, 박쥐를 보고 하늘을 나는 동물이라고 바로 떠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커뮤니티 관점으로 생각하면 박쥐는 새에 비해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며 “소설에서는 수영하고 땅을 파는 인간도 하나의 커뮤니티로 마을을 이뤄 다 같이 살아간다. 건축물도 음식물도 공간 구성도 이들에게 맞춰진다”고 전했다.
그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이 불씨가 계속 퍼져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하늘·물·땅에 적합한 인간이라는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기 그리고 지금’ 독창성에 독자의 상상력 더하기
베르베르의 작품을 직접 접하기 전까진 복잡하고 심오한 뜻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가 독자들에게 남긴 ‘상상력 더하기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뮤지페스티벌’의 타이틀 ‘힉엣눙크(Hic et Nunc)’의 뜻인 ‘여기 그리고 지금’처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나오는 풍부한 생각들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그는 이번 콘서트의 음악을 제작한 김택수 감독의 영감을 높이 평가했다. 베르베르는 “음악을 듣든 책·사진을 보든, 이것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며 “김 감독의 기승전결 스토리가 들려주는 감동을 좋아하는데,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을 떠나 다른 콘서트를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드니 성호가 더 잘 알겠지만, 그와 함께 나도 갈 것이다”라며 “아직 일정이 확실하진 않지만, 사인회를 통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독자들과의 만남은 가족을 만나는 느낌이기에 늘 행복한 시간이다”라며 기대했다.
한편 베르베르가 참여하는 ‘뮤직 페스티벌’은 8월22일부터 9월5일까지 열린다. 그는 8월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키메라의 시대’ 무대에 오른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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