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2025년 상반기 예능은 갈라졌다. 방송은 추억을 반복했고, OTT는 신선한 질문을 던졌다.

과거 성공한 방송 예능이 돌아왔지만,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과 포맷은 금세 식상함으로 바뀌었다. 시청자는 다른 채널을 향했다. 변화를 두려워한 복기는 결국 재탕으로 끝났다.

반면 OTT 예능은 ‘다르게 웃기고, 다르게 공감시키는 법’을 택했다. 한 발 앞선 감각, 감정과 현실을 정조준한 관찰력이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혔다.

◇방송 예능은 재탕…시청률은 하락세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이하 ‘태계일주4’)는 기안84, 덱스, 이시언, 빠니보틀이 출연하는 대표 시즌제 예능이다. 무계획 해외여행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사랑받으며 시즌3까지 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시청률은 평균 4%대에 머무르며 이전 시즌보다 하락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계일주’가 ‘나혼자산다’ 속 기안84의 이미지를 재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JTBC도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반복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난 2024년 말 ‘since 2014’라는 부제를 달고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5.2%의 시청률로 시작해 불과 2회 만에 2% 초반대로 하락했다.

포맷의 변화 없이 출연진 구성마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을지언정 새로운 시청 동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OTT는 도전…신선함에 이어진 호평

방송 예능이 ‘재탕’의 늪에 빠져 헤매는 사이, OTT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은 한 마케팅 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실 풍자 코미디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김원훈, 현봉식, 김아영 등 베테랑 개그맨들이 출연해 애드리브 반, 대본 반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직장인의 일상을 풀어낸다.

첫 공개 당시 쿠팡플레이 내 인기작 1위를 기록했고, 마지막 회는 첫 회 대비 시청량이 8배 상승했다. 관련 콘텐츠는 5천만 뷰를 넘겼다.

인기 요인은 명확하다. 퇴근 직전 갑작스레 찾아오는 미팅, 상사의 민폐 행동, 눈치싸움과 복지 논쟁 등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들을 웃음으로 전환해 시청자의 감정에 닿는다.

이와 같은 실험 정신은 넷플릭스 ‘솔로지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즌1부터 글로벌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킨 이 데이팅 리얼리티는 매 시즌 새로운 장치로 진화해왔다.

단순히 외딴섬의 연애 서바이벌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과 끝을 둘러싼 감정의 밀도와 서사의 역동성을 다룬다. 시즌2에서는 심리 게임이 강화됐다. 시즌3는 예측 불가의 전개로 화제를 모았으며 시즌4는 현실 연애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풀어내며 가장 높은 첫 주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솔직하고 매력적인 출연자들, 감정을 직설적으로 주고받는 서사 구조, 연애의 본질을 묻는 관찰자 시점의 내레이션까지. ‘솔로지옥’은 매회 시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하며 OTT형 데이팅 리얼리티의 진화를 보여줬다.

정덕현 평론가는 “OTT 예능은 팬덤이나 시청률보다 ‘짧은 클립’이나 ‘짤’로 소비되는 시대 흐름을 정확히 반영한다. 방송 예능이 전체 흐름에 집중하는 사이, OTT는 순간의 임팩트와 현실 반영으로 시청자의 ‘공감 반응’을 잡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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