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에서의 은둔 같은 삶과 서울에서의 적응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화려한 스타로 보였던 그녀에게도 피로와 회피, 치유의 시간이 존재했다.

이효리는 28일 유튜브 채널 ‘뜬뜬’의 예능 ‘핑계고’에 출연해 “지금 이 일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도 제주도 가서 알았다. 떠나고 안 해 보니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재석이 “조금 지친 것도 사실이었고”라고 묻자, 이효리는 “맞다. 그거를 실수했을 때 몰려오는 리액션을 내가 감당할 힘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젊을 때는 욕을 먹으면서도 ‘내가 다음에 보여준다’ 이랬다. 이번 앨범이 반응이 없더라도 ‘다음에 잘한다, 찢는다’ 이러지 않냐”며 “지금은 찢고, 죽이고 이런 마음과 기운이 없다. 그래서 숨어 있었던 거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거기에 져버리면 너무 또 암울해진다”며 “그때 이겨낼 힘이라고 한다면 가족과 주변의 사랑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남편 이상순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너는 뭘 해도 된다’, ‘너는 50살, 60살 넘어서도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입버릇처럼 해준다.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한편 최근 서울로 생활터전을 옮긴 이효리는 서울살이의 현실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고백도 남겼다.

“처음 서울 이사왔을 때 반려견 5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오자마자 2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게 맞나. 우리가 잘못했나? 맨날 울고 다시 갈까? 했다. 제주 생활을 하다가 서울 적응이 쉽지 않았다. 반려견들이 모두 10살이 넘었다. 만약에 한창 뛸 때였다면 서울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생활 초기에는 우울증까지 겪었다. “우울증이 와서 울면서 친구들도 보고 싶고 제주도 다시 가고 싶다고 매일 울었다”며 “상순 씨가 ‘백화점 한번 갈까?’ 그러더라”고 회상했다.

이효리는 “백화점 간다고 뭐가 나아지겠나 싶었는데 가니까 기분이 전환되더라”며 “상순오빠가 라디오 3개월 받은 돈으로 샤넬 가방을 사주고 싶다는거다. 예전에는 그냥 막 들어가서 샀는데 요즘은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더라. 제가 노래한 가사 중에 ‘명품 그까짓게 뭔데’라는 가사가 있는데 샤넬 가방을 멘 거울이 비친 내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 솔직히 전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배달이 되는 곳이 없었다. 배달 어플 켜면 배달 가능 상점 0이 나온다. 하루 두끼를 오롯이 제가 차려먹어야 하는 생활을 했다. 외식도 거의 안했다. 서울에 오니 그런 점은 완전 편해졌다”고 전해, 도시생활의 장점도 드러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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