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리뷰에는 작품 내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했던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풍부해진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이어 시즌3에선 캐릭터마다 꽉 닫힌 엔딩을 맞이했다. 다만 많은 등장인물만큼 기대가 컸던 탓일까. 대부분이 소모성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총 6부로 구성된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앞선 시즌에서 새롭게 등장했던 인물들의 각기 다른 결말이 그려졌다. 자신이 주도한 반란으로 인해 절친 정배(이서환 분)를 잃은 기훈(이정재 분)이 프론트맨(이병헌 분)에게 복수할 타이밍을 노리며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 무당 채국희→임산부 조유리, 캐릭터는 넘쳐나는데 활용도는 아쉽네
시즌3에선 시작과 동시에 대부분의 참가자가 탈락한다. 가지치기하듯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했던 참가자들이 숨바꼭질 게임에서 서로를 죽고, 죽이며 사라진다. 전개를 위한 방식이지만 시즌2에서 기훈의 주변으로 뭉쳤던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가 빠르게 퇴장해 그동안 쌓은 캐릭터 빌드업의 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각자의 죽음에 있어선 희생 또는 탐욕이 사인(死因)이 된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으나 일부는 허무한 죽음인 탓에 당초 해당 캐릭터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특히 무당(채국희 분)의 존재가 그러하다. 신(神)을 모시는 인물임에도 누구보다 탐욕적이고 이기적이었던 무당은 기훈을 향해 마지막까지 악담을 퍼부은 뒤 별다른 반전 없이 퇴장한다. 박선장(오달수 분)도 프론트맨의 끄나풀이었다는 것 외엔 별다른 활약이 없다.
준희의 결말도 예측 가능하다. 당초 임산부로 설정된 준희는 결국 모성애가 캐릭터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결국 준희도 결말을 맞이한다.
노을(박규영 분)과 246번 경석(이진욱 분)의 서사도 결국 설득력을 얻진 못했다. 아픈 딸을 둔 경석을 구하려 애쓰는 노을의 감정선은 특별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더불어 형을 찾고 있는 섬 밖 준호(위하준 분)도 바쁘게 움직이지만 이야기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세트장 안팎에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들 모두 하나로 뭉쳐지진 못하는 느낌이다.

◇ 타노스 삼킨 노재원→본성의 끝 임시완, 美친 연기 배틀
캐릭터의 활용법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몇몇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다. 특히 124번 남규를 연기한 배우 노재원은 타노스(탑, 최승현 분)를 삼킨 듯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종잡을 수 없이 불안정한 남규를 연기하는 노재원의 눈알은 그야말로 ‘훽’ 돌아있다.
333번 이명기 역의 임시완도 본성과 이성 사이 끝없이 고민에 빠지는 인간의 모습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특히 후반부 자신의 아이 목숨까지 걸고 욕망을 드러내는 명기의 처절한 울부짖음은 소름을 유발한다. 누구보다 아이를 지키고 싶어했던 준희 역의 조유리와 마지막까지 선(善)을 놓지 않았던 금자 역의 강애심의 연기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정재의 미미해진 존재감
몇 차례 죽음이 휩쓸고 간 뒤 남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해질수록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의 존재감은 다소 미미해진다. 돈과 생사가 간절한 캐릭터들의 감정 폭이 커지며 진중한 기훈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기훈의 결말 역시 앞서 보여준 인물상을 떠올렸을 때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정식 공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설에 대한 진실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한 ‘오징어 게임’을 기대할 만한 정도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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