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아홉 명의 소년이 무대에 처음 섰던 2020년, 객석은 조용했다. 팬들의 환호나 함성은 없었다. 코로나 시기였다. 관객 없는 무대, 화면 너머의 팬들. 그 침묵 속에서 크래비티(CRAVITY)는 오직 무대를 향한 열정 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얼굴들. 팬들과 처음 만나던 그날의 떨림은 지금까지도 크래비티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크래비티가 3년 만에 정규 앨범 ‘데어 투 크레이브(Dare to Crave)’를 발매했다. 팀명의 의미와 콘셉트까지 새롭게 정의한 리브랜딩의 결과물이다. 신보에는 팬들과 함께 걸어온 시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담겼다. 무엇보다 크래비티가 여전히 잃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데뷔 6년 차. 인터뷰 내내 크래비티 멤버들에게서는 거만함도, 자기 과시도 느껴지지 않았다. 질문 하나에도 진심이 돌아왔다. 팬덤 ‘러비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소중한 마음이 깨지기라도 할까 신중했다.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 가장 컸다.


타이틀곡 ‘셋넷고?!(SET NET G0?!)’에는 그런 마음이 선명하게 담겼다. 불확실한 청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SET)으로 목표(NET)를 향해 달려간다는(GO) 메시지다. 그곳이 어디든 팬들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갈망이 곡 전반에 흐른다.


멤버 전원 앨범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세 명씩 나뉘어 유닛곡도 선보였다. 첫 자작곡 ‘마리오네트(Marionette)’를 만든 세림은 “팬분들이 없는 크래비티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우빈, 성민과 함께 ‘스트레이트 업 투 헤븐(Straight Up To Heaven)’을 부른 정모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일상이 천국이 된다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래비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팬들이다. 컴백을 앞두고 늑골 부상을 입은 성민이 활동을 멈추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의료진이 춤을 추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이고, 2년 만의 콘서트도 예정돼 있어요. 팬분들이 많이 기대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멤버들은 무대 동선을 조율하며, 성민의 의지를 존중했다.


그런 팀워크의 중심에는 늘 ‘대화’가 있다. 다툼이 생기면 다같이 모여 이야기하고, 어떤 결정이든 함께 논의한다. 크래비티가 ‘가족 회의’라고 부르는 이 문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에서 비롯된다. 1기 리더이자 맏형인 세림의 말도 진심일 수밖에 없다.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느끼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동생들이 미운 적도, 멤버들이 제게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한 적도 전혀 없어요. ‘가족 회의’뿐 아니라 평소에도 워낙 대화를 많이 해요. 저희끼리 있는 시간에도 늘 웃으며 지내고 있고요. 그런 저희의 관계성이 팬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팬을 향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크래비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진심 때문이다. 원진은 “5주년을 맞은 지금,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태영은 “멤버들 전원 데뷔 때의 마음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인기 있는 아이돌은 많지만, 그 인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명확히 인지하는 아이돌은 드물다.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이돌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것도 전부 팬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크래비티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코로나 시절에는 팬분들의 영향이 얼마나 클지 몰랐어요. 그저 무대에 올라 저희끼리 ‘파이팅’ 하며 열심히 했을 뿐이거든요. 그러다 팬분들을 직접 마주한 순간 모든 게 변했어요. 무대 위 에너지부터, 팬분들에게 느껴지는 감정까지 완전히 달랐어요. 이제는 팬분들과의 만남이 일상이 되었지만, 그 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팬분들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오는 7월 12, 13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는 그 진심을 다시 한번 고백하는 무대다. 크래비티는 갈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 갈망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팬덤 ‘러비티’가 있다. roku@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