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이선빈은 공포물에 진심이다. 영화부터 드라마, 유튜브 콘텐츠까지 공포물만을 즐겼다. 이번엔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노이즈’를 통해서다. 다만 “공포물을 사랑하는 만큼 어려웠다”고 했다.
이선빈은 지난 17일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2년 전에 촬영은 마쳤는데 너무 조심스러웠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니까 오히려 못 건드리겠더라”고 털어놨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다.
자타공인 공포 마니아라는 이선빈은 “신인 때부터 여배우들에겐 공포 장르가 잘 들어온다. 근데 그때도 다 고사해왔다. 작품 속 이야기나 캐릭터가 가진 직업이나 개연성을 따졌을 때 제가 도전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이선빈이 연기한 서주영은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동생 희주(한수아 분)와 함께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는다. 이선빈은 층간소음과 청각장애 두 상반된 소재들이 오히려 ‘노이즈’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선빈은 “공포를 좋아하는 분들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청각’이라는 걸 아실 거다. 원래 사람이 무서우면 귀부터 막지 않냐”며 “소음을 주제로 하는데 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사운드가 좋기 때문에 공포 마니아 분들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매력을 느꼈다”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층간소음’이라는 주제와 청각장애를 가진 설정이 타 공포영화와 달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이선빈은 “층간소음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냐. 그게 층간소음의 주제 같아서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도전해 본 공포 연기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선빈은 “‘반지의 제왕’ 간달프 역 배우가 크로마키 앞에서 혼자 판타지 장면을 찍고 눈물을 흘렸다더라”는 일화를 전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는데 저는 몇 초 뒤에 어떤 사운드가 입혀지고, 이쪽을 쳐다볼 때 몇 초에 뭐가 나오고,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촬영할 땐 저 혼자 모르는 척 눈동자까지 연기해야 했다. 김수진 감독님은 그런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고 전했다.
이미 대본을 통해 모든 장면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모른 척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관객들의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선빈은 다수의 공포물을 섭렵한만큼 마니아들이 가장 싫어할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덕분에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에서 이선빈은 모른 척 관객들과 함께 놀라고, 동시에 공포에 질렸다.
이를 위해 이선빈은 모든 장면을 초 단위로 계산해 연기했다. 배우로서는 처음하는 경험이자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이선빈은 “주인공은 모든 것을 몰라야 한다. 사실 다음 장면을 알고 있으면 티 날 때가 있다. 그렇게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1초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더라”고 말했다.
동시에 좋은 공부가 됐다. 다만 이선빈은 공포물 재도전 의사를 묻자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선빈의 공포물 사랑은 타고 났다. 어린 시절부터 강심장을 타고난 덕분이다. 이선빈은 “어릴 때부터 놀이기구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도 좋아했다. 제가 공포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느끼기 쉽지 않은 것들을 대신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재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선빈은 “히어로물 같은 장르는 정말 판타지다. 공포는 자칫하면 제가 느낄 수 있고, 나도 모르게 겪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궁금함과 신기함이 있다”고 공포물의 매력을 짚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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