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평범했던 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는 순간, 세상의 시선은 달라진다.

카메라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무명의 연습생이 어느새 ‘국민 센터’가 되고, SNS에는 그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이 생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렇게 일반인이 스타가 되는 기적을 보여주며 K-팝 산업의 한 축을 이뤄왔다.

‘슈퍼스타K’ ‘K팝스타’ ‘프로듀스101’ 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경쟁을 넘어 ‘발굴’과 ‘성장’, 그리고 ‘인연’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나친 유사성과 빠른 소비는 이 포맷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한동안 오디션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랬던 방송가가 지금, 다시 오디션을 꺼내 들고 있다. 팬덤과 콘텐츠 IP,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복합 전략 속에서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은 또 한 번의 ‘승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디션 명가들…신규 오디션 프로그램 만든다

SBS ‘비 마이 보이즈’(B:MY BOYZ)는 오는 6월 첫 방송을 앞뒀다. Mnet ‘보이즈 2 플래닛’(BOYS II PLANET)도 7월 공개될 예정이다.

‘비 마이 보이즈’와 ‘보이즈 2 플래닛’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서사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비 마이 보이즈’는 처음 얼굴을 알리는 연습생들이 중심이 되어 관계성과 감정선을 서서히 쌓아가는 서사에 집중한다.

반면 ‘보이즈 2 플래닛’은 이미 인지도를 가진 참가자들이 다수 포진해 초반부터 팬덤 유입과 화제성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시청자가 어떤 이야기에 더 몰입하는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흥행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결국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서사를 설계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오디션 열풍에 다시금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흥행을 위한 ‘세가지’ 조건

흥행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차별화’다. 시청자는 더 이상 이름 모를 연습생들의 경쟁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누구나 비슷한 노래를 부르고, 비슷한 안무를 보여주는 포맷은 빠르게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오디션을 ‘경쟁’으로 보기보다는, ‘성장’과 ‘서사’로 이끌어야 한다. 팬은 노래보다 사람이 궁금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응원하고 싶어한다. 결국 이 서사력이 프로그램의 온기를 만든다.

두 번째는 ‘실력 중심의 검증 시스템’이다. 인기 투표가 전부가 된 구조에서는 실력보다 팬덤 규모가 결과를 결정짓기 일쑤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진정성’은 금세 의심받는다.

심사 기준을 세분화하고, 전문가의 평가와 대중의 선택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퍼포먼스와 보컬, 창작 능력까지 입체적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오디션 이후의 ‘지속 가능성’이다. 데뷔만 시켜놓고 끝나는 구조는 팬덤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데뷔팀의 리얼리티 콘텐츠, 쇼케이스, 유튜브 채널, 글로벌 활동까지 오디션 이후의 모든 경로를 설계해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형 IP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프로젝트형 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잊히는 팀이 늘어날수록, 오디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팬이 제작에 참여하고, 참가자의 진심이 전해지고, 데뷔 이후까지 설계된 탄탄한 구조가 마련된다면 오디션은 또 한 번 K-콘텐츠를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은 순위 조작, 부정 편집 등 공정성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바 있다.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향한 대중의 기준은 높아졌다. 이제는 단순히 ‘잘 뽑는 것’보다 ‘어떻게 뽑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시청자의 신뢰를 얻고,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전 시즌이 남긴 인지도와 기대감이 곧 다음 시즌의 화제성을 만드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시즌의 성과는 단순한 데뷔 팀의 성패를 넘어, 시리즈 전체의 생명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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