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씁쓸하다. 극장가 빨간불이 도통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한 데 비해 올해는 도통 400만의 고지도 넘질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현재까지 영화 ‘야당’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개봉한 ‘야당’은 누적 관객수 337만6576명을 기록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야당’은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한국 영화 중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이다. 지난해 개봉해 한국 청불 영화 중 5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히든페이스’의 33일보다 빠른 속도다.

‘야당’의 뒤를 이어 지난달 개봉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개봉 23일 차에 누적 관객수 313만8329명을 돌파,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400만의 고지는 멀어 보인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파묘’와 ‘범죄도시 4’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상반된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지난 2023년 개봉한 전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402만명과 비교했을 때 더딘 속도다. 또한 여름 텐트폴 시장이 코앞으로 다가와 현실적으로 반등을 꿈꾸기 어렵다.

이는 개봉 전부터 주목받던 대형 작품들의 흥행 실패 여파가 크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누적 301만3500명에서 마무리됐다.

당초 ‘미키 17’은 마케팅·홍보 비용을 뺀 순 제작비만 1억1천8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 17’ 개봉 당시 북미 기준 한 달간 티켓 수익은 4468만달러(약 653억원)이었다. 북미 외 지역에서 7770만달러(약 1136억원)를 합쳐 총 1억2238만달러(약 1789억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300만을 턱걸이로 넘기며 누적 매출액 239억8466만3200원을 기록했으나 봉준호 감독의 이름값과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라인업을 고려했을 땐 뼈아픈 성적이다.

여기에 ‘범죄도시’ 시리즈로 천만 영화 세 편을 탄생시킨 마동석의 신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비롯해 정식 개봉 전부터 베를린영화제 러브콜을 받은 ‘파과’ 역시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개봉 당일 오픈런을 부르던 마블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썬더볼츠*’도 각각 누적 165만, 누적 92만에 그쳤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턱걸이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들이 적잖이 있다. 올해 1월 설 연휴에 출격한 영화 ‘히트맨 2’와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여기에 배우 유아인의 마약 리스크를 감당한 ‘승부’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본전을 건졌다.

현재 ‘하이파이브’와 ‘드래곤 길들이기’가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며 고군분투 중이나 평일인 지난 12일 기준 일 관객수는 각각 3만명대와 2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하이파이브’는 입소문이 자자한 것과 별개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단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영화계는 고민이 깊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당초 텐트폴로 선보이려 했던 영화들이 다시 개봉 시기를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한 번 극장가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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