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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선수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고대부고 지률수 / 사진제공 | 지률수

[스포츠서울]‘공부하는 핸드볼 선수’ 지률수(18·고대부고)가 지난 5일 발표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수시전형 최종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률수는 8일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합격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교 핸드볼 선수가 ‘공부’로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는 체육특기생 전형이 없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핸드볼 선수가 일반 고교생들과 공부로 경쟁해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률수는 낮에는 훈련, 밤에는 공부에 매진하며 학업에 집중했고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지률수가 책을 펼친 것은 고교 1학년 때인 2012년 11월 쯤의 일이다. 그는 고교 1학년 때까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에만 열중하는 ‘평범한 핸드볼 선수’였다. 그즈음, 중학교 선배이자 야구선수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이정호에게 “공부를 병행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지률수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는 “수학 책을 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곱하기와 나누기 정도만 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의 부모도 공부하겠다는 지률수를 처음에는 말렸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기가 생겼다. 한번 해보자는 굳은 각오로 교과서를 보고 또 봤다”고 전했다.

공부 방법은 간단했다. 교과서를 무조건 외웠다. 기초가 없으니, 공부시간은 남들에 비해 수배 이상이 들었다. 그는 시간을 쪼개서 활용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이 걸린다. 그 시간에 영어교과서를 무조건 외웠다. 수업시간엔 절대 졸지 않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었다. 훈련을 마친 뒤 집에 와서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수학 공부를 했다.” 평균 수면 시간은 불과 2~3시간. 수없이 코피를 쏟았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했다. 병원에 실려가 링거를 맞고 오기도 했다. 그는 “코피가 너무 자주 나 힘들었다. 2~3시간 정도 자면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 그냥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성적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고교 1학년 때 내신 등급 7등급의 성적을 냈지만 2학년 때 전교 25등의 높은 석차를 받았다. 최근엔 전교 17등의 성적을 올렸다. 그가 재학중인 고대부고는 평준화 일반계 고교로서 올해 3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지률수의 담임교사인 김정아씨는 “상담을 해보니,(지)률수의 수면 시간이 너무 부족하더라.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줘, 그를 지도한 교사로서 매우 기쁘다. 률수를 등굣길 버스에서 자주 만나곤 했는데 그 때마다 영어책을 보고 있었다. 대단한 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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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선수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고대부고 지률수 / 사진제공 | 지률수

공부를 하면서 운동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여름 청소년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유지했다. 고대부고 핸드볼팀 최현목 감독은 “키는 작지만 체력과 순간적인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데 고대부고에서는 주전 윙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전선수로 활약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 성과를 낸 선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물론 운동과 학업을 동시에 하기엔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주말에만 경기를 치르는 고교야구와는 달리 고교 핸드볼은 평일에도 경기가 열린다. 특히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선 지방에서 일주일 이상의 합숙을 하기도 한다. 지률수는 “지방에 일주일간 체류할 때에도 공부를 포기할 순 없었다. 쉬는 시간에 짬을 내 공부했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휴대폰 불빛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행동이 동료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는데 내색 한번 내주지 않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률수의 꿈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학교에서도 공부와 운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싶다. 한국 체육계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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