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빙속여제’ 김민선(26·의정부시청)이 손꼽아 기다리던 금빛 레이스를 완성했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목표로 삼은 금메달 2개를 초과달성했다.
김민선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여자 500m에서 38초24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100m에서 0.004초 차로 금빛 질주를 해낸 이나현(20·한국체대)이 은메달(38초33)을 따내 ‘신(新) 빙속여제’가 이틀연속 금·은메달을 합작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들은 팀 스프린트에서도 김민지(화성시청)과 호흡을 맞춰 1분28초62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민선과 이나현은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빙속여제의 귀환이 반갑다. 고교 시절인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아시안게임(AG)에 데뷔한 김민선은 큰 기대를 받았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8년 만에 재도전 기회를 잡았고, 생애 첫 동계 AG 금메달을 수확했다. 더구나 500m는 김민선의 주종목이다.

8조 아웃코스로 출발한 김민선은 첫 100m를 10초46으로 통과하는 괴력을 뽐냈다. 스타트가 워낙 좋은데다 차고 나가는 힘도 강한 김민선은 국제 종합대회 무관 설움을 털어내겠다는 일념으로 대회에 임했다. 실제로 그는 2017년 삿포로 대회뿐만 아니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획득 실패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2022~2023시즌부터 기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우승후보로 꼽힌다.

정상을 향한 끝없는 도전은 때로 좌절을 안기기도 한다. 2023~2024시즌에 살짝 주춤한 그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방식 등 루틴에 변화를 주는 결단을 감행했다.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굵직한 국제대회가 2월에 열리는 점에 맞춰 컨디셔닝하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시즌 초반에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집중하고, 1월부터 스퍼트를 올리는 식이다. 스케이트도 교체하는 초강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2024~2025시즌에는 세계랭킹이 11위까지 떨어졌다. AG 출전에 집중하느라 랭킹 포인트가 걸린 월드컵을 두 차례 건너뛴 영향도 있다. 이번 금메달은 세계랭킹과 맞바꾼 값진 소득인 셈이다.

이나현의 약진도 한국 빙속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전날 1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낸 이나현은 이날 김민선에 0.009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깜짝 활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미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지난해 1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23~2024 ISU 스피드 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주니어 한국 신기록인 37초48을 기록했다. 일주일 뒤에는 ISU 월드컵 5차대회에서 37초34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원조 빙속 여제’ 이상화가 2007년 주니어 세계기록을 달성한 이래 김민선(2017년) 이후 세 번째 ‘한국인 신기록 보유자’로 등극했다.

장신(170㎝)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이 이나현의 가장 큰 무기. 김민선과 견줘도 손색없는 스타트 능력을 갖춘 이나현은 500m에서 첫 100m를 10초61로 통과한 뒤 막판 스퍼트로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자신을 “앞날이 창창한 선수”라고 소개했는데, 김민선과 쌍끌이 활약으로 대한민국 빙속 앞날도 더 창창해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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