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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인천 공격수 이천수.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27경기 1골 3도움. ‘이천수’란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이면 어느 때보다 초라한 성적표로 보인다. 그러나 이천수는 스스로 축구에 관해 가장 많이 배운 한해로 정리한다. 필드 플레이어 중 최선참으로 팀을 이끌었고, 시즌 중반까지 최하위에 몰리며 패배 의식에 젖은 후배를 독려했다. 마침 매각설까지 불거진 시민구단 인천은 오뚝이처럼 일어서 클래식(1부)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골 욕심을 버리고 균형을 잡는 구심점 구실을 자처한 이천수의 역할이 컸다. “과거 수원 전남에서 10경기도 뛰지 않았을 때 공격 포인트 숫자가 더 많다”며 “매 시즌 축구를 새로 배웠는데, 올해는 특별했다. 같이 뛰고, 같이 힘들고, 같이 기뻐하고. 팀플레이를 배운 것 같다”고 했다.

구본상 유현 등 인천에서 오랜 뛴 주력 요원도 “천수 형이 경기장 내,외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고 입을 모은다. 이천수는 경기장에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서로 플레이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지적하도록 주문했다. 처음엔 어색했으나 갈수록 탄력이 붙었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김도혁을 비롯해 이석현 이효균 등 후배들은 경기 중 이천수에게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천수를 중심으로 소통이 좋아진 게 강등권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천수는 “작년까진 형들이 있어 부담이 덜했다. 남일이형이 빠지고, 기현이 형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면서 책임감이 커지더라”며 “욕심을 버리니 코치진과 후배 모두 내게 의지하는 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과거 내 플레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공격 포인트 숫자가 훨씬 많았으나 참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더라”고 웃은 뒤 “나를 받치는 10명의 선수가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고 했다.

[SS포토] 인천 이천수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스포츠서울] 지난달 2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2014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다. 인천 이천수가 상대 김영우의 반칙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인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시즌 종료까지 2경기를 남긴 인천. 그러나 이천수에겐 26일 성남과 37라운드 홈경기가 최종전이다. 전 소속팀 전남을 떠나면서 인천과 계약할 때 ‘전남 홈경기엔 출전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승점 39로 9위를 달리는 인천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성남(승점 34)과 승점 차가 5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천수가 최종전에 결장하는 건 뼈아프다. “성남전에서 1부 잔류를 확정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에서 뛸 때 강등권 사투를 벌인 경험을 후배들에게 꺼내기도 한다. 1부와 2부에서 뛰는 건 프로 선수로 엄청난 차이다. 대우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주위를 둘러싼 잡음이 들려오는 건 선수단 사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천수는 “시즌이 끝나고 해도 될 얘기가 중요한 시기에 나온다. 후배들도 (매각설 등)다양한 루머에 불안해하고 있는데, 선배로서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했다.

“남일이 형이 그 나이에 전북으로 이적해 우승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는 그는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이 건재한 기량을 보이는 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차)두리 형이 대표팀에 소집돼 아시안컵에 가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 언제나 말하지만, 국가대표팀에 당연한 건 없다. 아직도 선수로서 (태극마크를)꿈꾸고 있고, 형들처럼 내게도 기회가 있으리라고 본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아니겠는가. 성남 활약은 내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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