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술자리를 함께 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벗어난 건 공황장애 때문이다”

뻔뻔한 거짓말이 더 큰 파국을 불렀다. 음주운전 사고 후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로 가수 김호중(33)이 결국 구속됐다.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 ‘트바로티’라 불리며 사랑받았던 김호중의 가수 인생도 사실상 이 사건으로 은퇴 기로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약 50분 동안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오후 8시 24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고 보름 만이자 김씨가 뒤늦게 음주 운전을 시인한 지 닷새 만이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41)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도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가수와 소속사가 고의로 사고를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본 것.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호중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사고 뒤 김호중의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씨는 김호중의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고 3시간여 뒤 김호중의 매니저는 “내가 사고를 냈다”라며 경찰에 허위 자백을 했고, 정작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김호중은 특히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음주를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밤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김호중인 당일 소주 3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호중은 사고 당일 매니저급 직원 A(22)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호중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 있다”라는 이유로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또 경찰은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도 김호중이 사고 당일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김호중이 사건 발생 17시간 뒤에야 경찰에 출석한 터라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지금껏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구속영장이 신청된 바로 다음날인 23일 ‘슈퍼 클래식’ 공연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공연도 중단됐다. “김호중을 믿는다”던 팬들의 견고한 지지도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돌아서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고작 15일만에 벌어졌다. 시간을 되돌려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시점으로 돌아가서 사고 후속 조치를 하고 잘못을 솔직히 인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비난은 받겠지만 이렇게까지 논란이 지속적으로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게 처음은 아니었을 김호중의 도덕적 해이와 소속사의 과도한 가수 보호하기가 만나 ‘셀프 퇴출’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사건이 돼버렸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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