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이혼소송 중인 아내와 그의 남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판결을 받은 전 미국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이 사망했다. 향년 76세.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 짐 포터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심슨이 전날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포터에 따르면 심슨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심슨의 가족들은 이날 공식 채널에 “심슨이 암 투병 끝에 숨졌다. (사망 당시)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라고 밝혔다.

심슨은 지난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오랜 재판 끝에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건 자체는 미제로 남아 있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심슨은 어린 시절 구루병에 걸려 5살 때까지 다리에 보조기기를 착용해야 했다.

미식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심슨은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1967년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편입해 풋볼(미식축구) 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을 뛰면서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천야드를 넘게 뛰는 등 여러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로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선수 생활 은퇴 이후에는 배우와 모델 스포츠 캐스터 등으로도 활약했다.

심슨은 두번째 아내인 브라운과 지난 1985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 하지만, 결혼 7년만인 1992년 브라운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1994년 6월 브라운이 자신의 자택에서 연인과 함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경찰은 이후 심슨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심슨은 약 2시간 동안 친구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권총을 들고 자살을 위협하는 모습이 TV 방송으로 생중계돼 충격을 안겼다.

장장 11개월이 걸린 재판 끝에 심슨은 1995년 10월 무죄 평결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 현장에 있던 장갑 등 여러 증거가 제출돼 유죄 혐의가 짙었으나, 심슨 측은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힌 경찰이 심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형사재판 후 골드먼의 유족이 제기한 별도의 민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이 사건에 대한 심슨의 책임을 인정하고 브라운과 골드먼의 유족에게 3350만달러(약 459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심슨의 일부 재산이 압류돼 경매에 넘어갔지만, 심슨은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심슨은 브라운이 사망한 지 13년 만인 지난 2007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정하에 살인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는 ‘만일 내가 그랬다면: 살인자의 고백’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카지노에 들어가 동료 5명과 함께 스포츠 기념품 중개상 2명을 총으로 위협하고 기념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됐다. 무장강도죄 등으로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9년간 복역하다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심슨은 지난 2019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생 최악의 날로 돌아가 되새길 필요가 없다. 나와 내 가족은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 금지 구역’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긍정적인 면에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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