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 기자] “김인성이 노장인데 더 많이 노력하고 체력도 충분하다. 90분을 뛸 수 있다. 그 나이에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도 놀랍다.”

포항 스틸러스의 박태하 감독은 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6라운드 경기 후 노장 김인성(35)을 극찬했다. 그는 “전반전에 김인성 위치에서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놔두면 괜찮겠다 싶었다.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끝까지 남겨놨고, 그게 결과적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역전골의 발판도 됐다”라며 동점골을 터뜨린 노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인성은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다. 전반전에는 오른쪽에서 활발한 돌파와 세밀한 패스로 기회를 창출했고, 0-1로 뒤진 후반 36분에는 집념의 압박을 통해 대전 수비수 홍정운의 실수를 유발하며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패색이 짙었던 대전은 김인성의 득점으로 분위기를 탔고, 추가시간 정재희가 역전골까지 넣어 2-1 승리했다. 극적으로 적지에서 승점 3을 얻은 포항은 13점으로 선두를 탈환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인성의 오른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는 “어디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피가 좀 났다. 경기 끝나고 알았다. 이겼으니 괜찮다”라며 웃은 뒤 “최대한 압박을 하자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공이 갈 만한 코스로 다리를 뻗었는데 운 좋게 득점이 됐다. 끝까지 따라간 게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인성은 풀타임을 맡긴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뒤진 상황에서 공격수를 계속 교체하던 박 감독은 김인성만은 피치에 뒀다. 김인성은 “교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최대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계속 오른쪽에서 뛰다 후반전에는 오랜만의 왼쪽에서 뛰었다. 울산에서 경험이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기회를 주셨는데 이렇게 골을 넣고 팀도 이겨 좋다”라고 말했다.

1989년생인 김인성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노장이 됐지만, 박 감독 체제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인성은 “지금은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전보다 운동량을 더 늘린다. 근육 부상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운동량을 늘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기량 유지 비결을 밝혔다.

포항은 김기동 전임 감독의 이탈과 주요 선수의 이적으로 인해 올시즌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 후 포항은 예상을 비웃듯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결과만 얻는 게 아니라 내용, 경기력 자체가 우수하다. 간격 유지, 공격의 세밀함, 여기에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바꾸는 높은 집중력, 체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김인성은 “포항이 어려울 것이라 평가하는 사람 중에 나도 있었다. 나도 올해엔 포항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라면서 “정말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정말 그대로 나오고 있다. 나도 신기할 정도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지시를 하시는데 그게 잘 먹힌다.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잘 수행하려고 집중한다. 실수해도 된다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좋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두 질주에도 “아직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김인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솔직히 예측 불가다. 운이 좋고 분위기를 타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갈 수도 있다”라면서 “그래서 감독님도 한 경기를 즐기자고 하셨다. 인생은 짧으니 재미있게,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하셨다. 그게 맞는 것 같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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