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원성윤 기자] “좀 뭉클하죠. 다른 팀이지만 선수 하나를 위해서 응원가를 불러준다. 많이 감동적이지 않나요.”

경기 후 더그아웃에 들어온 김강민(한화·42)은 눈물을 글썽였다. 소속이 달라졌다. 그러나 인천의 함성은 달라진 게 없었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전 김강민 기용 여부를 묻자 “그건 그때 돼 봐야죠”라며 유보적인 답을 내놨지만, 결국 그를 위해 배려를 했다.

9회초 2아웃. 인천SSG랜더스필드가 들썩였다. 9번 타자 최재훈이 볼넷으로 나갔다. 타석엔 ‘한화’ 김강민이 들어섰다. 1루에 있던 SSG팬들도, 3루에 있던 한화팬들 모두 타석을 응시하며 그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SK시절을 포함해 무려 23년간 ‘원클럽맨’(2001~2023)이었던 그를 향한 예우였다. 모자를 벗고, 1,3루를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1만여 관중은 기립해 그를 향해 박수로 맞이했다.

때마침 주심이 홈플레이트 앞에 섰다. 흙이 덮여있지 않았는데도 허리를 굽혀 정성스럽게 쓸었다. 김강민이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메이저리그(ML) 서울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등장할 때 심판이 시간이 벌어준 바로 그 모습이었다. 한국은 올시즌 시범적용이지만 ‘피치클락’ 때문에 시간 규정을 위반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김강민 등장하자 “안타 김강민, 오오오”로 시작되는 그의 응원가 3루 한화 팬석에서 울려퍼졌다. 그러자 1루측 SSG 팬석에서 함께 불렀다. 김강민이 타석에 있는 동안 노래는 계속 울려퍼졌다. 홈팀과 원정팀팬이 입을 모아 함께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불렀다.

진귀한 풍경이었다. 홈팀과 원정팀팬이 한 선수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따라부르는 팬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외야 관중석에는 SK시절부터 SSG까지 김강민 유니폼이 그의 세월을 웅변하듯 놓여있었다. ‘짐승강민’ 플래카드도 눈에 띄였다.

16년간 ML생활을 접고 2021년 SSG로 이적한 추신수(42)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으로 이적했을 때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친구였다”며 “(한화로) 간 건 아쉽지만 우리 나이에 원하는 팀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김강민은 외야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기는 끝났다. 그럼에도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한화팬들은 김강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SSG팬들도 그를 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강민은 경기 후 취재진에게 “제가 응원했던 선수들 타구를 잡아야하니까…. 마음이 좀 많이 달랐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울음을 참은 그는 “많이 감동적이었다. 최재훈 선수가 출루해 빨리 타석에 들어가 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바람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할 수 있었다.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밤하늘을 향해 뜨겁게 ‘김강민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인천 밤은 ‘야구낭만’ 그 자체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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