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안 되는 팀은 빈자리가 커 보인다. 핵심 선수 혹은 핵심 유망주가 부상이나 부진해 이탈하면 그 자리를 메우는 데 애를 먹는다. 잘 되는 팀은 반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LG가 우승팀으로 도약하는 과정도 그랬다. 거의 매 시즌 1번 타자가 바뀌다가 결국에는 홍창기가 1군에서 기회를 살리며 자리를 꿰찼다. 무주공산이던 2루 또한 대주자로 역할이 제한됐던 신민재가 차지했다. 주전이 부상으로 빠지면 백업이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29년의 한을 풀었다.

유망주 육성도 다르지 않다. 최상위 지명 선수에게 목매지 않는다. 지명순위와 관계없이 육성 시스템을 통해 핵심 선수가 탄생한다. 주전 좌익수 문성주(2018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7순위)가 그렇다. 필승조이자 새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맞이하는 유영찬(2020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3순위)도 지명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운 대학 투수였다.

미국 애리조나주 인디언 스쿨 파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야수 최고 유망주 김범석이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선수가 불이 붙은 듯 배트를 휘두른다.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김성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송찬의,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김민수가 사령탑과 코칭스태프 눈에 쏙 들어오고 있다. 김범석부터 김성진, 송찬의, 김민수 모두 오른손 타자. 더불어 넷 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김성진은 1루와 3루, 송찬의는 좌익수와 우익수, 김민수는 유격수와 3루수를 본다. 이천에서 재활 중인 김범석도 포수와 1루를 두루 맡는다.

즉 기회만 살리면 1군 무대에 설 공간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래서 경쟁이 뜨겁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훈련에서 라이브 배팅에 돌입했고 이들 모두 대형 타구를 터뜨렸다. 지난 22일 김성진은 최원태를 상대로, 송찬의는 박명근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1군 핵심 투수에 맞서 캠프를 통해 기량이 향상됐음을 증명했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LG는 오는 25일 청백전을 포함해 총 네 번의 실전을 치른다. 청백전은 주전과 비주전으로 라인업이 나뉜다. 주전 라인업이 확고한 LG지만 주전을 제외해도 야수 엔트리 4, 5자리가 남는다. 비주전은 청백전을 통해 시범경기 엔트리에 도전한다.

실전보다 확실한 훈련은 없다. 김성진, 송찬의, 김민수의 본격적인 시험 무대도 25일부터 진행되는 실전이 될 것이다. 올해 등록선수 명단에 포함됐고 1군 캠프에도 참가한 김성우 또한 세 번째 포수 자리를 노린다.

염경엽 감독은 “프로에서 특정 선수를 기다려주는 일은 없다. 빈자리는 알아서 채워진다. 시범경기가 시작될 때는 (이)재원이도 부를 것이다. 이천에서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백업 우타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을 예고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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