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독하게 살을 찌웠다. 살이 찐 채 뛰어다녔고 씨름 동작까지 소화해내야 했다. 갑작스러운 증량 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관절이 쑤셨다. 그렇지만 배우 장동윤은 이 어려운 걸 해냈다. 그는 “모든 도전을 감수할 만큼 대본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 달 31일 종영한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 이야기다.

‘모래꽃’은 20년째 씨름 신동인 김백두와 과거 골목대장인 오유경(이주명 분)이 다시 만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청춘 로맨스물로 국내 최초 씨름 소재 드라마를 표방한다. 장동윤은 ‘모래꽃’에서 태백장사에 도전하는 김백두 역을 열연했다. 갸날픈 체구의 그는 백두 역을 위해 14Kg을 증량했다. 촬영을 마친 뒤 3개월만에 작품 전 몸무게로 돌아갔다.

“원래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하루 5끼는 물론, 먹고 싶을 때 간식까지 먹었어요. 친구들과 술자리도 빠지지 않고 나갔죠. 다시 감량하려 하니 과거처럼 잘 빠지지 않더라고요.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어요. 요즘도 필요하면 일주일에 30~48시간 정도 단식합니다. 물에 소금만 조금 타서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모래꽃’의 배경인 씨름 도시 거산군은 씨름의 메카로 꼽히는 경남 거제와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합성어로 보인다. 실제 ‘모래꽃’은 진한 경남 사투리가 돋보이는 드라마기도 하다. 그러나 대구 출신인 장동윤에게는 경남사투리도 고비였다.

“사투리는 표준어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사투리는 정말 달라요. 서울 사람들은 사투리가 다 같은 사투리 아니냐고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알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과거 경남 통영을 배경으로 한 KBS2 드라마 ‘땐뽀걸스’ 때 경험을 살려 제 연기를 유지하되, 심각한 고증이 아닌 곳에서 경남 사투리를 가미하려 했죠.”

소꿉친구가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늘 매력적이다. 장동윤과 유경 역의 이주명도 마치 오랜 친구가 연인이 된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케미 맛집’으로 소문난 드라마 속 케미스트리는 현실 인터뷰의 투덕대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저희는 연인보다는 남매 케미라 부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마음에 말을 과하게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에 지친 나머지 상대 배우들이 나중에는 반응하지 않기도 하죠. 그런데 이주명 배우와는 서로를 잘 챙기고 고민을 나누기도 해서 고맙고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주명 배우가 차기작에서 남매로 만나고 싶다고 한 걸 들었는데 이미 연인으로 만났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가족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극 중 백두는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이에도 다시 한번 태백장사에 도전하는 끈기를 가졌다. 조금은 둔해보이지만 우직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처음에는 백두를 좀 더 둔하고 허당미를 가진 캐릭터로 해석했어요. 그 모습을 본 PD님께서 백두는 씨름에 대한 존경,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을 가진 인물이라며 제 연기를 조율해주셨어요. 덕분에 ‘막가파’였던 백두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친구가 된 거 같아요.”

장동윤은 지난해 ‘모래꽃’을 비롯, 영화 ‘파미르’, ‘롱디’, ‘악마들’과 드라마 ‘오아시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내 남자는 큐피드’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최애작품으로 첫 연출작인 영화 ‘내 귀가 되어줘’를 꼽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제작에 대한 욕심을 가족 있었어요. 그간 엄두를 못냈는데, 영화를 연출할 동료들을 만나 도전했습니다. 저는 프로의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배역과 저를 구분하려고 하지만 제 영화 ‘내 귀가 되어줘’는 그저 제 삶의 일부가 담겼습니다.”

장동윤은 바쁜 한해를 뒤로 하고 올해는 잠시 휴식 후 다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늘 꾸준하게 다작하던 그답게 앞으로도 꾸준함을 올해의 목표로 세웠다.

“지금까지 늘 하던 대로, 느리게나마 성장하고 싶습니다. 전성기를 최대한 늦게 맞이해 그때까지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만 피하려고 합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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