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여자 직장으로 최고인데,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워?”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의 저자 기자 이슬기 씨와 교사 서현주 씨가 각각 직장을 그만뒀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두 사람은 ‘여자에게 좋은 직장’이라는 의미에 담긴 숨은 뜻에 대해 “돈도 벌고 돌봄도 쉬운 직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사회구조 차원에서 여초 직군의 직업에 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사회·젠더 전문 기자 이슬 기씨와 교사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 씨는 직업을 때려치운 32명의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여초 직업으로 불리는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등 직군이 왜 여성들이 많은가? 그 기원을 파헤쳤다.

먼저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등의 직업이 왜 여자가 일하기 좋은 직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추적한 결과, 교사는 방학과 유급 휴직이 보장되고, 간호사는 언제든 재취업이 가능해 맞벌이가 담보된다는 점을 알아냈다. 돈을 벌고 가정을 돌보는 두 가지를 잘 해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의미다.

직업 세계에서조차 여성은 돌봄의 역할을 떠맡게 되는 현실도 알려준다. 학교에서 여성 교사들은 학생의 용변 후 뒤처리, 머리 묶어주기 등 돌봄을 맡게 된다. 남성 교사는 학교폭력이나 과학 및 정보, 체육 교과 등이 주어진다.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젠더에 따라 업무가 나뉜다.

저자들은 교사의 자살이나 간호사 세계의 태움 등 여초 직군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발생 요인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찾아냈다. 교권 보호 4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 등의 법안 동향 분석과 향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했다.

이슬기 씨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에 대해서도 짚었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남녀가 급여와 승진에서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 또 가정 내 기혼 여성에게 작용하는 핸디캡 등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여성들이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차별이 완화된 직장, ‘사람으로서 하기 좋은 직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구조와 배경을 보아주기를 당부했다.

이슬기씨는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에서 9년 간 사회부, 문화부, 젠더연구소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현주씨는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초등교사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 ‘오늘의 어린이책’ 시리즈(공저) 등이 있다.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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