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의도=김민규기자] “나 자신에게 100점 만점 줄 수 있는 해로 만들겠다.”

2022시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신드롬을 불러온 ‘데프트’ 김혁규(27)가 5년 만에 KT 롤스터로 복귀했다. 어느덧 프로 데뷔 10년을 훌쩍 넘기며, 마포고 동창이자 동갑내기 친구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맏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22년 최고의 한해를 보낸 김혁규는 올시즌 주춤하면서 ‘은퇴’에 대한 고민도 컸지만 LoL을 향한 마음 속 열정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1년 더’ 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 옛 스승 ‘히라이’ 강동훈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KT에서 ‘중꺾마’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T 사옥에서 김혁규를 만나 올 한해에 대한 회고와 내년 시즌 새롭게 펼쳐갈 각오와 목표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김혁규는 “올해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프로 생활을 계속하는데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운을 떼며 “스토브 리그 기간에 팀 선택에 앞서 내 마음 속에 어느 정도 열정과 동력이 남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솔로랭크를 열심히 했다. 여전히 즐겁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22년 롤드컵(당시 DRX 소속)을 제패하며 ‘중꺾마’ 신드롬을 불어일으킨 주인공이다. 올해 디플러스 기아로 팀을 옮겨 롤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실력이 부족했다는 자책감에 ‘은퇴’를 고민한 것.

김혁규는 “나는 자기 만족이 제일 중요하다. 올해 내게 점수를 준다면 60점이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확신이 없었다”며 “(롤드컵에서)떨어지고 난 후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롤드컵 결승전을 보러가서 ‘다시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1년 더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5년 만에 KT로 돌아왔다. 옛 스승 강동훈 감독을 비롯해 2022시즌 함께 롤드컵 우승컵을 품었던 ‘표식’ 홍창현과 ‘베릴’ 조건희와 재회했다. ‘어게인 2022’를 노려볼 만하다는 의미다.

김혁규는 “2024년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주어진 시간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란 성취감이다. 그 부분에 있어 내게 가장 적합한 팀이 KT였다”며 “강동훈 감독님과 2019년 함께 했다. 그때도 그렇지만 나를 믿어주고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조)건희와 (홍)창현이는 함께 해봤고 ‘비디디’ 곽보성은 같은 팀을 해보진 않았지만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여기에 신인 ‘퍼펙트’ 이승민까지. 이런 구성원과 감독님이라면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KT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KT 제안을 받고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다. 강동훈 감독님과 함께 했던 2019년(당시 킹존)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해였다”며 “그때는 내가 연습했던 연습량도 만족했고, 팀원들의 노력도 다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것을 팬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있었던 해로 기억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 크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즌 함께할 신인 이승민에 대해 그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혁규는 “경기 플레이를 떠나서 임하는 자세가 좋다. 승패를 떠나서 매일매일 발전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그런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즌 KT는 맏형인 김혁규를 중심으로 한 ‘신구조화’가 관건이다. 롤드컵 우승 멤버도 한자리에 모인데다, 리그 정상급 미드 라이너까지. KT가 올시즌 보여준 최고의 드라마를 새롭게 쓸 수도 있다.

김혁규는 “당연히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다. 어쩔 수 없다.(웃음) 우리 팀원들이 스프링과 서머 시즌 동안 많이 싸우고 부딪히다 보면 완성될 포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LCK 우승도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우선은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김혁규는 자신의 개인 기량이 망가지지 않게 최대한 원거리 딜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년에는 내가 느꼈을 때 합격점(100점)을 줄 수 있는 해였으면 좋겠다.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해 제일 열심히 했다면 100점 만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60점인데 내년에 40점을 더 채워 100점짜리 해를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팬들에게 “개인적으로 올해는 프로 생활하면서 팬들의 응원에 가장 보답하지 못한 것 같다. 2022년 우승 기억 때문인지 항상 기분이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내년에는 팬들 응원에 걸맞고 떳떳한 선수가 되고 싶다. 꼭 떳떳한 선수로 응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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