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원성윤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노면은 다소 젖어 있고 물 웅덩이도 곳곳에 존재했다. 지난 24일 일산에서 파주까지 1시간30분 시승 코스는 최근 변화된 국내 환경에서 신형 싼타페를 테스트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최적의 조건이다. 다소 불규칙한 주행 환경에서 자율주행 성능, 안정성, 풍절음, 브레이킹 등을 다양하게 시험해 봤다.

◇ ‘차박’ 걱정 없는 넓은 공간… 무게 밸런스 아쉬워

신형 싼타페를 시승한 후 드는 첫 느낌은 한동안 밀려났던 ‘중형SUV 왕좌’를 다시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다. 커진 차체에서 주는 당당함과 위용이 결코 고가의 수입 SUV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차체는 기존 모델에 비해 커졌다. 전장은 4세대 모델 대비 45mm 늘어난 4830mm, 휠베이스는 2815mm로 50mm 확장됐다. 전고 역시 35mm 높아진 1720mm다. 그만큼 공간 확장성을 통해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필적하는 외관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 이후 야외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차에 적극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4세대 싼타페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차박이나 캠핑 등이 가능하도록 차를 전면적으로 바꿔낸 것이 이번 5세대 싼타페의 특징이다.

자율주행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자는 시승 중반 이후부터는 자율주행으로 대부분의 구간을 운행했다. 안전구간, 곡선구간, 진출입로에서 안전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게 돕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편안한 드라이빙을 추구하고 있다. 1~4단계 차간 간격 유지 기능 또한 운전자가 불안하지 않게 앞차와 차간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한다. 새삼 기술의 발전에 새삼 놀라울 뿐이다.

출발지인 일산부터 차량 내비게이션에 입력된 코스대로 차간 간격을 잘 유지하며 이동했으며, 중간에 끼어들거나 옆 차선에 보이는 차량 역시 운전자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인식돼 보여준다. 다만 앞차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해 공간이 비어있는 경우 맥시엄 설정 값 탓인지, 차가 급가속을 하며 앞차와 간격을 좁히려 노력하는 모습이 운전자에 따라서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 하다.

주행도중 가장 의문이 든 것은 차체 밸런스다. 차 덩치를 키우느라 전고가 높아진 탓인지, 무게 중심이 위로 잡힌 듯 했다. 이로 인해 바닥에 붙어 밀착해 가는 듯한 주행성능을 기대한 부분에서는 조금 미흡했다고 평가하겠다. 동급 SUV 차량과 비교 시에도 가속할때 바닥과 밀착하면서 달리는 안정감과는 괴리감이 있다.

고속주행 시 느낌은 차가 가볍다는 느낌에 무게감마저 사라질 정도다. 미션 변환도 다소 불규칙한 면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차이가 없을 정도다. 테스트 드라이빙을 위한 주행이라는 점에서 급가속과 급제동을 병행 했을 때 약간 울렁이는 부분은 있었지만, 제동력과 치고 나가는 성능은 젖은 노면에도 불구 하고 매우 우수했다.

◇ 너무 많은 ‘H’ 시그니처…과유불급인가?

신형 싼타페 출시 후 온라인 상에서 가장 극심하게 논쟁이 된 건 차량 뒷부분이었다. 현대는 이번 싼타페에 ‘H’ 시그니처를 곳곳에 집어넣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헤드램프에서부터 앞면 그릴, 뒷면 리어램프 좌우측에도 ‘H’가 곳곳에 자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아령’에 빗대 벤치프레스를 하는 ‘짤’이 돌며 놀림을 당했다. 단 디자인은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길거리에 차량들이 돌아다니면서 익숙함이 더해질 때, 그 판도를 어떻게 바뀔지는 지금 시점에선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문제 제기가 많았던 트렁크 개방에 대해선 차체가 커진만큼, 트렁크를 열 때 차량을 약간 앞으로 빼는 수밖에 없다. 카니발 같은 RV 차량을 타도 마찬가지며 이는 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풍절음 부분에서는 완벽할 수 없지만, 네모난 형태의 차량이라는 점에서 이해 할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SUV와 RV차량을 통틀어도 묵직한 편이다. 묵직함에 대한 드라이버들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여성운전자 기준에 핸들링이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

듀얼 스마트폰 충전 시스템도 충전이 잘 되는 편이었다. Boss 스피커(12개)는 차를 감싸고 도는 사운드가 무게 배분이 적절하게 잘 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중저음과 보이스가 매력적으로 들렸다.

◇ 아쉬운 연비 9~10km/l…하이브리드 최상급 모델은 5036만원

복합연비 9~10km/l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날 시승기 때 연비는 8.9km/l가 나왔다. 자동차 전용도로와 자율주행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도심 연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연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라는 선택지를 쳐다볼 법 하다.

신형 싼타페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2.5 터보 모델 △익스클루시브 3546만원 △프레스티지 3794만원 △캘리그래피 4373만원이며,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2륜) △익스클루시브 4031만원 △프레스티지 4279만원 △캘리그래피 4764만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4륜) △익스클루시브 4254만원 △프레스티지 4520만원 △캘리그래피 5036만원이다.

신형 싼타페 사전 계약 60%의 물량이 하이브리드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소비자들은 연비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 연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15~16km/l정도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정부 인증 절차 완료 후 연비를 공개할 예정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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