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주최 고등학교 공식 야구 대회에 나선 두 번째 여자 선수가 탄생했다.
1999년 대통령배 선발 투수로 등판해 여성 최초로 고등학교 공식 야구 대회에 출전한 덕수정보고등학교 3학년 안향미(42)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24년 뒤인 지난 19일, 사상 두 번째 고교 야구 대회에 선 여자 선수가 나왔다. 나루고등학교 2학년 손가은(17·우투우타)이 그 주인공이다.

손가은은 지난 19일 신월구장에서 열린 ‘제 51회 봉황대기’ 1회전 ‘은평구BC’와 경기에 8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 얻게 된 첫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마쳤지만, 여자 선수로선 24년 만이자 안향미 이후 두 번째로 고등학교 공식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손가은은 지난해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되기도 했다. 올해는 신누리-안수지-주은정-양서진으로 이어지는 쟁쟁한 외야진에 밀려 아쉽게 대표팀 최종 20인 명단에서 탈락했지만, 국가대표 상비군 30인까지는 들어갔다. 대표팀 탈락의 아픔에도 손가은은 계속해서 야구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역사를 하나 썼다.

20일 스포츠서울과 연락이 닿은 손가은은 “‘화성시주니어’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화성동탄베이스볼’ 감독님이 함께 해보자 하셔서 ‘화성동탄베이스볼’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화성동탄베이스볼’은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신생 클럽팀이다. 대다수의 여자 야구 선수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여성 사회인 야구팀으로 향한다. 남학생들과 함께 뛰지 않는다. 그러나 손가은은 중학교까지 ‘화성시리틀야구단’에서 뛰다가 졸업 후 여성 사회인 야구팀(양구 블랙펄스)에서 뛰는 것은 물론, 남자 고등학생들과도 함께 훈련하는 길을 택했다.

손가은은 “처음엔 남자 고등학생들이랑 함께 야구를 잘할 자신이 없어서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고교야구를 해 여자야구가 더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팀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가은은 “봉황대기 대회에 나가기로 했지만, 솔직히 내가 시합에 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긴장하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발표한 선발 명단에 내가 있자 너무 긴장돼 주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날 팀이 져서 아쉽고, 내가 안타를 치지 못해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화성동탄은 은평구BC에 0-15로 5회 콜드게임 패했다.

안향미가 고등학교 야구부 소속으로 고등학교 공식 대회에 나섰다면, 손가은은 클럽팀 소속으로 고교 대회에 나섰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고교 야구 무대에 선 또 한 명의 여자 선수라는 사실은 달라질 것 없다.
한국일보와 함께 봉황대기를 공동 주최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스포츠서울에 “손가은이 협회 주최 전국고교야구대회 출전한 두 번째 여자 선수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렇게 또 한 번 금녀(禁女)의 벽이 깨졌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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