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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궁금했다. 드라마로 표현된 삶의 격전지가 어떤 곳인지. 전쟁처럼 죽고 살 듯 각자의 생계가 걸린 사투를 생생하게 묘사한 직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화제의 드마라 ‘미생’의 촬영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넘은 특별함이나 놀라움은 없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노릇이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이 드라마의 사무 공간은 남녀 주인공이 어린 나이에 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초인’인지 그려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요. 혹은 일보다는 연애에 더 탁월한 러브라인으로 눈요기하는 로맨틱한 공간도 아니다.
‘미생’이 묘사하는 직장이란 곳은 하루하루 쏟아지는 격무와 회식에 시달리느라 피곤하고 고달프며, 상명하복의 명령과 호통으로 턱끝까지 조여드는 수치와 모멸 속에서도 혀를 깨물고 참아야 하는 정글. 그래도 주인공의 대사처럼 “어떻게든 내일은 생존해야 하니까”라고 자조하며 늦은 밤 처진 어깨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렇게 생생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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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사무 공간은 서울의 심장에 위치했다. 서울역 맞은편에 거대한 �은 외벽으로 남다른 위용을 자랑하는 서울스퀘어의 13층, 그곳이 바로 장그래의 눈물과 좌절, 그리고 도전이 그려지는 무대였다. 서울 스퀘어의 전신이 대우그룹의 대우센터빌딩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07년 모건스탠리가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매입한 뒤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대적으로 탈바꿈했지만, ‘스퀘어’(사각형)라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단순한 외형으로 도심에 우뚝 선 모습은 뚝심 하나로 세계 무대를 누비며 산업화에 이바지했던 역동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미생’의 기획을 맡은 이재문 PD의 설명도 이런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PD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기업 현장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서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을 선택했다”고 서울 스퀘어에 둥지를 튼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한때 한국 경제를 상징했던 대우 그룹의 건물이라는 점도 의미가 남달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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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촬영은 서울 스퀘어 뿐 아니라, 남양주의 세트장에서도 진행된다. 서울 스퀘어에는 영업 1,2,3 팀과 영업 부장실만 존재한다. 그 외 자원팀이나 탕비실 등의 공간은 남양주에 500평 규모로 지어진 세트장에서 진행된다. 물론 남양주 세트장에도 서울 스퀘어와 똑같은 사무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서울 스퀘어는 입주사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촬영하며, 평일에는 남양주 세트장에서 촬영을 소화하는 스케줄로 진행된다.
서울 스퀘어에서 진행되는 찰영의 백미는 옥상이다. 이재문 PD는 “서울 시내의 전망이 생생하게 훤히 보이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매회 옥상 장면이 등장할 정도로 직장인들의 애환이 서린 공간으로 표현하기에 적격이다”라고 설명하며 “옥상이야 말로 ‘미생’의 생생한 느낌을 진하게 받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고 강조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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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팀은 사무실 소품의 세세한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살리는 데 주력했다. 미술팀이 자문 회사인 대우 인터내셔널의 실제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해 갖가지 소품들의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그대로 ‘원 인터내셔널’의 로고로 탈바꿈해 수많은 사무 용품을 자체 제작했다. 결재 서류나 인보이스 등 무역 업무와 관련한 서류 역시 대우 인터내셔널의 감수를 받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하는 데 신경썼다. 이 PD는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작은 디테일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면 옥에 티가 되기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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