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나게노 겐지 수석 엔지니어 솔직 인터뷰. 그가 말하는 새 플래그십 헤드폰 MDR-Z7, “Z7은 MDR-R10에 대한 오마주”, “집에서는 헤드폰 사용 안 해, 일 하는 느낌 때문”, “헤드폰 최종 제작 과정서 의존하는 것은 기기 보다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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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헤드폰 MDR시리즈의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나게노 코지 수석 엔지니어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게노씨는 다양한 크기의 드라이버와 귀 모형을 가져와 설명하는 등 엔지니어로서의 꼼꼼함을 보여줬다.


[스포츠서울] ‘워크맨 신화’로 유명해진 소니는 오디오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지금은 영화, 음악, 게임 등의 사업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소니에게서 오디오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다. 경기에 관계없이 오디오에 대한 끊임 없는 투자와 연구는 소니를 가장 소니답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니는 16일 새 MDR 시리즈 헤드폰, 이어폰, 헤드폰 앰프 등을 발표했다. 새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헤드폰 MDR-Z7(이하 Z7, 소비자가 69만9000원)이었다. 세계 최대 수준의 70㎜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장착한 Z7은 소니의 새 플래그십 헤드폰이다. 이 제품은 외관 디자인이 1989년 출시한 MDR-R10이라는 헤드폰을 연상시킨다. MDR-R10은 국내 판매 가격이 330만원으로 그 당시 헤드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 제품은 단종된 지 오래됐지만 헤드폰 역사속에서 전설로 남아있다.

바로 그 MDR-R10을 비롯해 최근의 MDR-1R까지 소니 헤드폰 MDR을 제작·총괄한 당사자가 국내 행사에 맞춰 내한했다. 바로 소니 수석 음향 엔지니어인 나게노 코지(Nageno Koji)씨다. 나게노씨는 새 플래그십 제품인 Z-7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나게노 씨와 직접 만나 Z7 개발 배경, 예전 R-10 등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나게노씨는 인터뷰 중 직접 가져온 귀 모형과 헤드폰 드라이버 등을 활용하기도 하고 화이트보드에 매직펜으로 직접 써가며 제품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엔지니어 다운 투철함과 꼼꼼함이 엿보였다. 다음은 나게노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소니는 2003년 단종된 MDR-R10이후 플래그십 헤드폰을 발매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내놓은 Z7은 예전 MDR-R10 모델을 계승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개선되어졌으며 달라졌는 지 궁금하다.

R10은 Z7과는 제작 콘셉트가 다르다.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음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R10을 만들 때 목표는 기계적 느낌보다 악기의 하나로 제작할려고 했다. 보다 음악적 느낌에 충실하려고 했다. 이에 비해 Z7은 MDR-1R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제품이다. 다양한 음악의 프리퀀시(Frequency)와 다이내믹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 제품이다. 그러나 특정 부분에서 Z7에서 R-10을 연상시키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형 드라이버와 디자인에서 두 제품은 연관성이 분명 있다. Z7은 R10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Hommage)라고 볼 수 있다.

- Z7은 가격적인 면에서는 R10과 큰 차이가 난다. 향후 더 고가의 플래그십 개발 의사가 있나.

물론 소니는 Z7을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음질이 목표이지 가격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Z7의 후속 제품은 분명 나올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것 같다. Z7은 경쟁사의 훨씬 비싼 제품과 퀄리티 면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헤드폰을 개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또 최종 헤드폰 튜닝때 무엇에 의존하는 가?

헤드폰의 최종 제작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의존하는 것은 귀다.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계측기를 동원하지만 마지막 단계서는 전적으로 귀에 의존한다. 사운드에 대한 기준은 이 제품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지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제품이 음악을 잘 소화하는 지를 살핀다. 개인적으로 AKB48(일본의 아이돌 그룹)같은 뮤지션의 음악도 즐긴다. 또 음원 자체의 퀄리티가 낮아도 음악은 즐길 수가 있다. 음악은 언제든지, 누구든지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 동양인과 서양인의 청각 감각이 다르다고 한다. 국가별 민족별로 사운드 밸런스 적용이 다른가.

유럽인은 대형 교회를 통해서 음악을 많이 접해왔고, 미국인은 힙합 비트가 강한 음악을 즐긴다. 또 아시아인은 멜로디를 중시한다. 각 지역별로 선호하는 사운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음악을 접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소리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물론 주관적 느낌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중이 선호하는 사운드를 중시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글로벌 음반업체인 소니 뮤직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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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게노씨가 귀 모형과 드라이버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Z7은 70㎜ 대형 드라이버를 장착했다. 그 이유는.

큰 드라이버는 소리가 귀에 반사가 일어날 때 처리가 포인트다. 진동판이 진동했을 때 크기가 클수록 움직임이 적다. 이는 저음에는 유리하지만 고음에는 불리하다. 스피커에서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와 저역을 맡은 우퍼를 생각하면 쉬워진다. 진동판에 넓은 주파수 범위에 대응하고 고음을 위해서는 얇고 가벼운 소재가 필요하다. 단지 드라이버를 크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Z7은 무게를 줄이고자 진동판 소재에 액정 폴리머를 사용했다. 강성 소재에 주름을 집어 넣어서 크면서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드라이버와 귀의 공간 사이즈를 최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참고로 Z7은 폐쇄형 타입이지만 약 30% 정도는 소리가 외부에 노출시킨 세미 클로즈드 타입이다.

- 헤드폰 유저에게 고급 헤드폰 앰프 혹은 전용 DAC(디지털 아날로그 전환기)가 꼭 필요한 가?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헤드폰 앰프 등을 장착하면 소리가 더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스마트폰의 한계는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도 존중해줘야 한다. 스마트폰은 어느 장소에든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장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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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게노씨는 집에서는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도 헤드폰을 끼면 일하는 느낌 을 받기 때문에 투 채널 오디오를 이용한다고 한다.

-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나게노씨는 집에서 음악 감상을 어떻게 하고 있나. 헤드폰인가 아니면 스피커를 통해서 듣나.

개인적으로 집에 헤드폰이 없다. (웃음) 집에서는 투채널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즐긴다. 헤드폰을 듣고 음악 감상을 하면 집에서도 일하는 느낌이어서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해말기 바란다. 헤드폰이 싫은 건 결코 아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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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내에 공개한 헤드폰 MDR-Z7과 헤드폰 앰프 PHA-3, 워크맨 NWZ-ZX1.(오른 쪽 부터) 헤드폰과 앰프를 연결한 케이블이 킴버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 이번에 미국 케이블 전문회사인 킴버와 협업을 한 이유는.

알다시피 킴버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오디오 케이블 회사다. 소니와 킴버는 예전부터 서로 잘 알고 있는 관계다. 킴버는 헤드폰용 케이블은 따로 만든 적이 없었지만 이번 소니와의 협업을 통해서 처음으로 헤드폰용 케이블을 선보이게 됐다. 이번 협업은 양사에 윈윈이 되는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시장의 반응을 봐가며 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강헌주기자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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