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회장
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회장은 “팬엔터를 드라마, 예능, 음반, 공연, 영화, 뮤지컬, 매니지먼트 등을 아우르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꿈을 밝혔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국내에 많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있지만 제작편수나 안정성 등에서 팬엔터테인먼트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제작사도 많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드물게 코스닥에 직상장된 회사일 뿐만 아니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13층짜리 본사 건물을 갖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의 역량을 판단할 때 중요한 부분이 작가진인데 팬엔터와 계약한 작가만 20여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절강화책미디어그룹과 공동으로 150억원 규모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했다. 드라마를 제작해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제작 후 공동 수익배분을 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도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수 출신으로 음반 매니저와 음반 제작자를 거쳐 팬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뒤 종합미디어그룹으로 키워가고 있는 박영석 회장을 지난주 상암동 본사에서 만났다.

-얼마전 중국의 화책미디어와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화책미디어는 시가총액만 4조원에 달하는 중국 굴지의 엔터테인먼트그룹이다. 그쪽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고 내년 1월 MBC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 ‘킬미, 힐미’를 공동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미국 로케이션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 제작비 규모가 150억 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기존 드라마 판권 수출과는 다른 처음 시도되는 형태의 계약이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권을 주고 해외에 판매를 했다. 일단 판매를 하고 나면 그 드라마가 그 나라에서 얼마나 수익을 내는가 하는 것은 알 수도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이번 계약은 드라마 제작에 공동 투자를 하고, 공동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방송을 하고 발생하는 수익을 함께 나누게 된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라 나 자신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중국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화책미디어로부터 먼저 제안이 들어왔고, ‘킬미, 힐미’가 중국인들의 정서에도 맞아떨어지는 드라마라는 판단이 들어 계약하게 됐다. 앞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패는 중국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듯 이제는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주목하고 있는데.

[SS포토]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회장
팬엔터테인먼트 박영석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 돼야한다. 소수 스타와 작가 등이 수익의 큰 비중을 가져가는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며 “해외에서의 저작권 보호와 공동 마케팅, 세제혜택, 한류콘텐츠 수출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도 한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일단 국내 작가들의 우수성을 들 수 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들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 것 같다. 또한 중국에서는 한국의 독특한 드라마 제작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대본을 수정하고, 캐릭터들의 역할·비중 등을 조절하며 탄력적으로 제작하는 우리의 방식을 배우고 싶어한다. ‘쪽대본’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와의 소통 측면에서는 분명 강점이 있다.

-팬엔터테인먼트가 탄탄한 기반을 갖춘 드라마 제작사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드라마 제작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우리는 상장된 기업으로 재정적 기반이 튼튼하다. 투자를 받아야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속적으로 투자해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풍부한 작가진을 확보하고 있다. 보통 작가와 계약을 할 때에는 3년 뒤를 보고 계약하는데 이미 20여명의 작가와 계약을 해놓고 있다.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수, 매니저, 음반 제작자를 거쳐 드라마 제작자로 영역을 넓혔는데 궁극적으로 팬엔터테인먼트를 어떤 기업으로 키울 생각인가.

나는 가수, 매니저 등을 하면서 밑바닥부터 경험해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를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꿈이다. 지금도 드라마 제작 외에 음반 제작, 예능프로그램 제작, 매니지먼트 등 각 분야별로 책임자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영화, 뮤지컬, 공연 등도 TF팀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3~5년, 10년 뒤를 보고 투자하고 있다. 추후 최소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 팬엔터의 목표다.

-우회 상장이 유행일 때 직상장을 선택했고, 상암 DMC 분양을 받을 때에도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 입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결정은 어떻게 내렸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들기 전 동아제약에 근무할 때 실험실에서 일했다. 당시 배웠던 것이 ‘원칙’이다. 고민이 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게 판단해야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 있다. 우회 상장의 유혹을 떨쳐내고 직상장을 선택한 것도,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바람잡이’로 내세운 컨소시엄 대신 단독 입찰을 선택한 것도 원칙적으로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 100% 원칙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꺾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어떤 선택을 할 때 원칙은 70%를 유지하고, 인간관계나 요령 등을 30% 반영하라’고 주문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활성화와 한류산업의 발전·재도약 등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과 정부, 각계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 돼야한다. 소수 스타와 작가 등이 수익의 큰 비중을 가져가는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업계가 골고루 결실을 나눠가질 때 고용창출 효과가 있고 산업적 기반이 튼튼해질 수 있다. 해외에서의 저작권 보호와 공동 마케팅, 세제혜택, 한류콘텐츠 수출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도 한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평엽기자 yupp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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