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를 그대로 베끼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짝퉁 아이돌'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문화 콘텐츠를 표절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한류가 중화권을 강타했다는 확실한 증거이자 인기의 척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무분별한 표절에 대해 국내 제작사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별에서 온 상속자들'부터 '대륙의 런닝맨'까지 중국의 짝퉁 문화 콘텐츠를 파헤쳐봤다.

국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국 영화 '별에서 온 상속자들'.출처 | SBS 제공, 중국 '시나연예'
◆ '별에서 온 김탄?' 두 드라마를 얼토당토않게 짜깁기 한 중국 영화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는 영화 '별에서 온 상속자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영화는 중국내 수많은 열풍을 나은 국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을 결합시킨 표절물이다. '별에서 온 상속자들'은 청나라에서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1세기로 온 남자주인공이 대기업 상속자가 되고, 전생에 백제인이었던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어설프면서도 교묘하게 두 드라마를 짜깁기해놓은 인상을 준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지만 연출을 맡은 관샤오제 감독은 "이 영화는 두 드라마와 무관하고 시나리오는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에 나왔다"며 "제목이 비슷한 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어설픈 주장을 내놓았다.

국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중국 드라마 '행복삼과성'.출처 | MBC 제공, 중국 '텅쉰신문'
◆ '커피프린스 1호점'과 '미남이시네요'를 섞은 중국 드라마
지난 2012년 중국에서 방송된 '행복삼과성'은 지난 2007년 한국에서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지난 2009년 '미남이시네요'를 섞은 유사하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행복삼과성'은 남장여자인 여자주인공과 재벌 2세인 남자주인공이 계속해서 오해를 쌓아가지만 마침내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방영 내내 중국 내에서는 "한국 드라마 단골 소재와 닮았다"며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행복삼과성'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 시즌1-시즌2'(위), 중국 예능프로그램 '우상의 탄생'(아래).출처 | KBS제공, 중국 '텅쉰신문'
◆ '구성 멤버와 복장, BGM까지' 복사한 중국 예능프로그램 '우상의 탄생'
지난 2010년 KBS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를 따라한 중국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해당 방송은 '우상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오프닝은 '청춘불패'와 멤버 구성 및 음악, 효과 등이 완전히 똑같을 정도로 흡사하다. 김태우 역할의 남자 멤버와 나르샤와 비슷한 복장의 여자 멤버가 있는 등 한 눈에 봐도 '청춘불패'와 포맷이 비슷하다. 이에 '청춘불패' 연출을 맡은 김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방 수준이 아니라 복사 수준"이라며 "이미지를 차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당시 '청춘불패'의 제작진은 예고편만 보고 정확한 판단은 하기 힘들다며 추후 본방송 내용을 확인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 된다고 했지만, '우상탄생'의 본방송 역시 '청춘불패'와 상당 부분 흡사한 것으로 확인되자 '청춘불패' 측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중국 개그 프로그램 '이치 라이 샤오바'(위), KBS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아래).출처 | 요쿠 영상화면 캡처, KBS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 '싱크로율 99.9%' 완벽 복제 수준의 개그프로그램 표절
2일 중국 강소위성TV가 KBS 2TV '개그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표절했다. KBS측은 "강소위성TV가 지난달 29일 방송한 '이치 라이 샤오바'는 개콘의 인기 코너 '시청률의 제왕'과 똑같다"면서 "형식과 내용을 베끼는 것도 모자라 코너 제목까지 그대로 가져다 썼다. 세트와 대본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시청률의 제왕' 외에도 '렛 잇 비', '댄수다', '안 생겨요' 등 개콘의 다른 코너까지 표절해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웃찾사'의 5개 코너도 표절해 방송했다. 특히 강소위성TV는 SBS와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 관련 파트너십 논의를 하던 중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KBS와 SBS는 즉각 강소위성TV에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 규제당국인 신문출판광전총국에 재발 방지를 촉구할 방침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위), 중국 예능프로그램 '급력일요일'(아래).출처 | SBS 방송화면 캡처, 요쿠 영상화면 캡처
◆ '사람 빼고 다 똑같다' 이것이 바로 '대륙의 런닝맨?'
출연진이 레이스를 펼치면서 이름표를 떼는 '급력일요일'은 SBS '런닝맨'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0년 방송된 중국 예능프로그램 '급력일요일'에서는 중국 연예인들이 '런닝맨'의 한국 연예인들과 유니폼을 비슷하게 차려입고 팀을 나눠 대결을 펼쳤다. 유니폼 등 부분에 상대편 이름을 뜯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 역시 똑같다. 더 나아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은 런닝맨에서 이미 진행한 옷걸이 미션까지 등장해 완벽하게 런닝맨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국내에서 '런닝맨'의 인기가 높아진 탓에 중국 네티즌들마저 등 돌리며 신랄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중국 지상파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수입해 방송하거나 리메이크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 콘텐츠의 구입비용도 올라가자 아예 표절작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돼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중국 사회에서는 문화 콘텐츠 표절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부족하고 그들을 처벌할 법안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신혜연 인턴기자 hei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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