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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지기자]
“최도하를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흉악 범죄자인 최도하에게 사이코패스라는 프레임을 입혀서 쉽게 연기하기 싫었다.”배우 김주헌이 지난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최도하 역으로 분했다. 최도하는 스타 검사 출신의 현 구천 시장으로, 준수한 외모와 시니컬하고 세련된 말투, 절제된 매너를 가진 캐릭터로, 정치적 야망이 큰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로지 목표 달성이었다. 그런 최도하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끌어낸 김주헌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갖고 소감을 전했다.
‘빅마우스’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수많은 빌런의 경쟁이다. 그 중 최도하는 최종 빌런으로 등장한다.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김주헌은 “앞서 드라마 ‘스타트업’을 통해서 만난 오충환 감독이 출연 제의를 주셨다. 최도화에 대해선 빌런 중 최종 보스 격의 끝판왕이라고 이야기하시더라”며 “당시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속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이어 최도하 역을 맡는다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라고 답했다.
최도하라는 빌런이 등장하기 전까지 명배우들이 그려낸 다양한 빌런이 등장한다. 김주헌은 ‘빅마우스’에 등장하는 빌런들 속 최도하를 최종 빌런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
“수많은 빌런들이 있고, 그 빌런들을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들이 점점 진화된 빌런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런 점에서 부담감이 없을 수 없었다.최도화의 성격에 대한 부분부터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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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는 최종화에서 최고 시청률 1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김주헌의 열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헌은 “빌런이 있었기에 드라마가 더 잘 그려졌다는 말씀도 너무 감사하다. 빅마우스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빌런들이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맛도 있다”며 “양경원 씨가 연기한 공지훈 역은 있는 그대로 막 지르는 성격이다. 그런 인물이 있었기에 그와 대조되는 최도하가 잘 숨어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도하는 공격받았을 때 직접적으로 반격하는 성격이 아니다. 자극들을 흡수하고 고스란히 가슴 속에 쌓아뒀다가 나중에 한 번에 터뜨리는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에 있어서 최대한 젠틀하고 여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주헌이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려내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그는 이번에 악역을 맡으며 잔잔한 늪지대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나는 자연물이나 동물을 많이 참조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 예를 들면 재밌고 코미디 같은 역은 벌새를 떠올린다. 벌새들이 꽃 앞에서 날갯짓하다가 꿀을 먹고 도망가는 역동적인 리듬을 참고한다. 이번 최도하같은 경우, 호수에 깔린 물안개나 늪지대 같은 느낌이었다. 정체되어 있지만 거기서 오는 불쾌감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서늘함들이 천천히 스며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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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의 엔딩은 애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최도하는 결국 자신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방사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엔딩이 적혀있는 대본을 받고 김주헌은 괜찮았다며 “작가님께서 수영장의 의미를 말씀해주셨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양수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다. 편안함을 느끼던 수영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좋았다”며 자신의 생각을 곁들였다.
“‘최도하를 법의 심판 앞에 세워야 하지 않나’라고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현실은 더하지 않느냐. 법적 책임을 지는 것도 좋은 엔딩이었을 것 같지만 나의 죽음도 마음에 든다.”
“또 죽고 나니 최도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였던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정의로운 검사가 조커가 던진 말로 인해 악을 선택했듯이, 최도하도 애초 악인이 되려고 한 건 아닐 거다. 평범했던 캐릭터가 악역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김주헌은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를 촬영하고 있다. 지금껏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온 그이기에 ‘빅마우스’ 이후 또 다른 김주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굴곡 이후 미래에 다가올 기대감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도 많다. 배역이 아닌 배우로서의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배역 속에서 변화를 즐기고 싶다. 좋은 작품을 통해서 그 이상의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mj98_24@sportsseoul.com
사진 | 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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