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 스타들에게 공식석상에서 황당한 질문들을 쏟아내는 중국 언론의 만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경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들로 선수들을 혼란의 상태로 만들거나 자극적인 말로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누가 봐도 경기에 악영향을 주기 위한, 자존심을 건들기 위한 개념 없는 중국 언론의 태도에 해외 언론들도 다들 고개를 젓는다. '김연아 선수를 어이없게 만든 남자친구 질문부터 박태환 선수에게 전하는 선전포고 광고를 찍은 쑨양까지' 중국 언론의 만행을 모아봤다.


김연아.출처 | CCTV5 영상 캡처


우리 연느님을 화나게 만든 질문 "현재 남자친구 있나요?"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퇴 전 활약을 펼치던 지난 2011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차 체류 중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 취재진으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 등을 영어로 성실하게 답하다 인터뷰 말미에 경기와 전혀 관계없는 "현재 남자친구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연아는 매우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한국어로 "뭔 소리야"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에 대회 관계자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느냐'라고 묻자 김연아는 "아니, 남자친구있냐고 물어보잖아"라고 답했다. 대회 관계자도 상황을 파악한 듯 "미안합니다"라며 촬영 중단을 요구했다. 김연아도 불쾌했는지 실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떠났다. 통상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대회와 관계없는 질문은 금지된다. 김연아가 인터뷰 마지막 순간 보여준 태도보다는 무례한 질문을 서슴없이 한 CCTV 측이 비판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허재 감독.출처 | 유튜브 영상 캡처


'농구 기자회견에서 자세 지적이 웬 말?' 허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연

지난 2011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회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중국에 패한 한국의 허재 감독을 향해 한 중국 기자가 "중국 국가가 나오는데 왜 한국 선수들의 자세가 흐트러졌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허재 감독은 통역을 통해 질문을 이해하자마자 "뭔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 짜증 나게"라고 화를 버럭 내며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자리를 떠나는 허재 감독에게 어떤 중국 기자가 집에 가라는 의미의 "Go back home"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허재 감독의 레이저 눈빛을 맞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허재 감독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이 대회 기간에 들은 황당 질문이 넘쳐난다. 질문을 나열하자면 "허재 감독 당신은 유명한 3점 슈터였는데 한국의 외곽슛 성공률은 왜 낮았느냐", "경기 전에 중국 홈경기라 판정이 불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 진 것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한국 선수들은 왜 중국에서 라면을 먹느냐" 등이 있다. 허재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화끈한 행동을 보여준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경을 전했다. 허재 감독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기와 관련된 질문을 했어야 되는데 한국농구를 비아냥거리고 우리 선수들의 안 좋은 부분들을 계속 얘기하기에 화가 났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박차고 나온 상황을 후회한다기보다는 조금 더 참았어야 되는데 참지 못하고 나온 게 약간 아쉬운 것 같다"라며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방법을 썼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안 좋은 감정을 풀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수영선수 쑨양 '361°' 광고 영상(위),뉴스보도(아래) .출처 | 중국 동영상 사이트 '요쿠',MBC 방송화면 캡처


'수영장 이름이 '박태환'이라고? 그런다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까?' 쑨양의 거친 도발
중국의 수영스타 쑨양이 광고를 통해 박태환에게 도발했다. 쑨양은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스폰서인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 '361°'의 TV·인터넷 광고에 등장해 박태환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쑨양은 한국어로 "박 선수"라고 부른 뒤 중국어로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세계기록을 세웠죠"라고 언급했다. 다시 한국어로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어로 "그런데 어쩌죠? 그 기록 제가 깨버렸는데"라고 비꼰 뒤 한국어로 "올해 인천에서 제 기록에 도전해보시죠"라고 말하며 수영장 물 옆을 걸어간다.


쑨양 광고 포스터.출처 | '361°' 홈페이지


'361°' 홈페이지 광고 사진은 더 도발적이다. 쑨양의 사진 옆으로 한글과 중국어로 "수영장 이름이 '박태환'이라고? 그런다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을까?"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사진은 "당신은 그들의 기록을 깼지만 저는 당신의 기록을 깹니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2014 아시안게임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전에서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쑨양과 박태환.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중국 언론이 자극적으로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쑨양은 광고에서 박태환에게 도발하는 것은 광고주가 광고의 홍보 목적으로 원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라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26일 쑨양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혼계영 400m 시상식이 끝난 뒤 동메달을 목에 걸고 세리머니 하는 박태환 앞에 나타나 대형 생일 케이크와 편지를 건넸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박태환은 "쑨양이 서프라이즈로 생일 축하해줘서 기분 좋다"며 쑨양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큰 선수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라이벌이자 좋은 친구이다.


FC 서울 최용수 감독.사진 | 최재원기자shine@sportsseoul.com


▲ '리피감독 앞에서 강남 스타일 춤을?' 축구 감독에게 자존심 건드리는 질문들
지난해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중국 기자는 최용수 FC 서울 감독에게 "만약 광저우를 꺾고 우승한다면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출 생각이 있는가"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강남 스타일 춤은 유행이 조금 지났다. 타이밍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넘어갔다. '강남 스타일 질문'은 애교 수준이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지난 3월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ACL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한 기자는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에게 도를 넘는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 팀을 맡았을 때, 이동국을 포함해 전북 선수 5명을 뽑는 등 국내파로 대표 팀을 구성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는데, 홍명보 현 대표 팀 감독은 해외파로 그리스 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것이다. 경기와는 무관한 질문이고 무례한 질문이었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유럽에서 뛰는 많은 한국 선수들도 K리그를 통해서 성장했다"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중국 기자의 질문에 이동국도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중국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대해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공식 석상에서 그럴 수 없어 참았다. 중국 기자들의 그런 질문이야 한두 번도 아니고, 전에 더 심했던 적을 생각하며 참았다"고 말했다.

신혜연 인턴기자 hei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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