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롤랑가로스 14회 우승
‘흙신’ 라파엘 나달이 지난 2005년부터 17년 동안 롤랑가로스에서 들어올린 우승트로피들. 2005~2008년(4연패), 2010~2014년(5연패), 2017~2020년(4연패), 그리고 2022년이다. 파리|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역사상 최고(the best of the history), 기록(the records)보다는 경기에 대한 열정(the passion for the game), 경쟁(competition)이 나를 계속 가게 한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14회 우승’ 금자탑을 쌓은 ‘흙신’ 라파엘 나달(36·스페인). 그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운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나는 테니스를 좋아하고, 경쟁을 좋아한다”면서 그것이 그의 테니스 철학임을 강조했다.

8강전에서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를 3-1, 4강전에서는 오른발목 부상을 당한 3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5·독일)를 기권승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나달. 그에게 그의 아카데미 출신인 세계 8위 카스퍼 루드(24·노르웨이)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나달은 이날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결승에서 2시간18분 만에 3-0(6-3, 6-3, 6-0) 완승을 거뒀다. 싱겁고 재미가 반감된 결승전이었다.

나달 롤랑가로스 챔피언
나달이 5일(현지시간) 14번째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날 승리로 나달은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역대 최다우승 횟수를 22회로 늘렸다. 각각 20회를 기록하고 있는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41·스위스)와의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이른바 ‘빅3’ 중 누가 역사상 최고냐, 즉 GOAT(Greatest of all time) 논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

나달은 역사상 최고령 롤랑가로스 챔피언으로 기록됐으며,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프랑스오픈마저 우승하면서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절반을 이뤘다. 우승상금은 220만유로(29억5천만원).

나달은 “나를 계속해서 나가게 하는 것은, 최고가 되기 위하거나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그랜드 슬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경기에 대한 열정, 내 안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 살아있는 순간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관중들과 최고의 경기장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달의 통산 14번째 롤랑가로스 우승은, 지난 2005년부터 그를 괴롭혔던 만성적인 왼발통증을 딛고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 통증은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 대회에서 다시 재발했고, 나달은 통증으로 고생하며 파리에 도착했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결승전까지 7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했다. 나달은 “발을 잠재우기 위해(통증 제거) 매 경기에 앞서 신경주사를 맞았다. 그것이 2주 동안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놀랍고 매우 감정적인 2주였다. 2주 동안 극심한 조건 속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나달은 “얼마나 많은 주사를 맞았는 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듯이, 많은 소염제를 복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 경기 전에 주사를 몇대 맞아야 했다”고 했다.

나달은 오는 27일 시작되는 시즌 3번째 그랜드슬램인 20220 윔블던 출전과 관련해서는 “만약 내몸이 윔블던에 참가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윔블던에 있을 것”이라고 출전 의지를 보였다. 그는 윔블던에서 두번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나로선 윔블던은 놓치고 싶은 대회가 아니다. 아무도 윔블던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난 윔블던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달은 “만약 내가 윔블던에 있을 것인지 묻는다면, 나는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 물론 내가 윔블던에서 우승하고 싶다면, 그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자. 나는 모른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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