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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전주=황혜정기자]
“비행기에서 ‘애프터 양’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맡은)A.I. ‘양’은 늘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캐릭터다. 가족들에게 항상 도움을 주려고 하고 그 의무를 굉장히 즐겁게 한다. 이 역할을 보고 우리 부모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제 어머니는 평생 세탁소를 운영하심에도 항상 기쁘게 사셨다.”최근 전주 영화의 거리의 한 카페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의 배우 저스틴 H. 민(33)은 기자들의 한국어 질문을 대부분 알아들었으나 대답은 영어로 했다. 한국인 부모를 둔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재미교포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한국어로 말한다고 한다.
저스틴 민은 방한한 것에 대해 “쉬운 결정이었다. 아시다시피 부모님이 한국인이시고 내가 2세대 재미교포다보니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누리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작 ‘애프터 양’이 3분만에 매진됐다는 말에 “이 소식은 처음 듣는데.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관객분들이 영화에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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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은 미래 사회에서 가족들의 편의를 돌보던 A.I. 로봇 ‘양’이 어느날 작동을 멈추면서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저스틴 민은 ‘양’ 역할을 맡아 로봇 연기를 선보였다.
로봇 연기에 대해 “로봇으로서 이런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우리는 로봇과 인간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지 않기로 했다. 로봇으로서 ‘어떤 말을 해야겠다’, ‘어떤 행동을 해야겠다’를 하나하나 인식하면서 연기했다. 인간으로서는 무의식적으로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도 의미있었던 연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콜린 파렐’이 나를 들쳐업는 장면은 내가 아니라 ‘더미’(복제품)이었다.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아티스트가 나를 복사해 복제품을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내 가슴을 열고 하는 장면은 복제품이었다”며 몇몇 장면은 자신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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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는 재미교포 저스틴 민이 미국에서 왜 태어났고, 배우 생활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우리 아버지가 필라델피아에서 석사를 하셨기 때문에 이주했고, 이후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셔서 나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서 정치과학과 영어를 전공했다. 막상 해보니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때 당시 존재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하더라. 그래서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는데, 마침 광고 제의가 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배우로서의 길이 순탄하지 않았다. 힘든 여정도 많았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굉장히 감사하게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애프터 양’은 ‘파친코’ 제작진 중 한명인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이다. 코그나다 감독 또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저스틴 민은 코고나다 감독과 3시간 동안 미팅을 했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아시안계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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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방인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관심과 고심을 해온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처럼 ‘애프터 양’에서도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저스틴 민은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시안 아메리칸에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질문할 때 나도 항상 같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잇었다. 평생 가져갈 숙제같다. 나는 한국 음식을 사랑하고, 한국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 또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도 조금 하지만 완벽한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만약 자녀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 전통성과 정체성을 물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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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실제로 어떨까. “인기가 정말 폭발적이다. 내가 만나는 모두가 한국 영화와 한국 콘텐츠에 대해 말한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을 모두가 이야기 한다. 5년 전만 해도 내가 한국인이라 할 때 ‘김치’를 좋아한다고만 했는데, 이제는 한국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 재밌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한편으로 안타까운 건 항상 좋은 콘텐츠가 있어왔는데 이제서야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힘을 알아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 중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좋아한다. 지금 ‘버닝’에 출연한 배우 스티븐 연과 함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스티븐에게 내가 얼마나 ‘버닝’을 재밌게 봤는지 대화하고 한국에 온 참이다. 이창동 감독이 이곳 전주에 내려오신지 몰랐다. 그를 만나고 싶다”며 놀라워했다.
코고나다 감독이 만든 ‘파친코’를 봤냐는 물음에 저스틴 민은 “당연히 봤다. ‘파친코’를 몇 년전에 원작 소설로 먼저 접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기쁘다. 또한 ‘파친코’에 출연할 뻔 했는데 스케줄상 안맞아서 아쉽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저스틴 민의 차기작은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미국 드라마 ‘엄브렐라 아카데미’다. 그는 “드라마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다. 그러면 ‘넷플릭스’가 나를 죽일 것이다(웃음)”라며 “TV쇼에서는 드물게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해 연기할 수 있어서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지난달 28일 개막작 ‘애프터 양’ 상영을 시작으로 개막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7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에코글로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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