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경 작가 ‘말마’ 2021 아크릴물감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작가가 말 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일까.

하진경 작가의 ‘달리는 말마’ 초대전이 오는 15일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서 막을 올린다. 전시장을 채운 작품 속,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닮은 작가의 말(馬)이 있다. 말들은 유쾌하고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캔버스 밖 인간에게 금방이라도 말(言)을 걸 듯하다.

작가가 처음 말을 작품의 소재로 가져온 배경에 말(言)이 있다. 구체적으로 ‘언어소통’이라는 개념이다. 대표작 ‘말마’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잘 보여준다. 애초 작가가 ‘말(馬)’을 소재로 삼은 데에는 끊임없이 던져진 ‘말(言)’이라는 화두가 있었다.

좌우 반으로 분리된 화면은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왼쪽 화면 붉은 실타래 속에 엉켜 있는 검은 말들은 소통의 어려움이다. 오른쪽 화면의 장애물을 뛰어 넘어 풀밭으로 달려 나가는 흰 말들은 대조적이다. 해방된 자유를 표현한다.

화가는 어쩌면 말이나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진경 작가는 소통의 곤혹스러움이나 복잡한 심경을 이미지로 옮긴다. 인류 초창기 그림문자가 보편적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작가의 이러한 표현 방식은 낯설지 않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달리는 말씨’도 인상적이다. 달리는 말과 흩날리는 씨앗은 무성한 소문처럼 무심코 내뱉은 말의 폐해를 조심하라는 경구다.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작품 ‘마스크’는 턱스크를 한 채 식사하거나 스포츠로 이겨내고, 그림으로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어리석※만 하다 최후를 맞이한 말, ‘복서(Boxer)’와 달리 하진경의 캔버스 속 ‘말마’는 지혜롭다.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여유를 즐기며 삶을 가꾼다. 바쁜 일상에 매몰된 우리에게 가끔은 쉬어 가도 괜찮다는 작은 위안을 전한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서 4월 15일에 막을 여는 하진경 작가 초대전 ‘달리는 말마’는 5월 15일까지 목~일요일에 열리며 이번 주부터 어린이도 입장 가능하다. 말박물관 어린이 입장이 재개된 것은 2020년 2월 이후 무려 2년 2개월 만이다. 어린이를 위한 종이말 접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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