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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강원 47번 누구지?’
올시즌 강원FC 경기를 보면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바로 2002년생 2년 차 신예 양현준이다. 현란하면서도 폭발적인 스피드, 위치를 가리지 않는 공격 본능으로 강원 공격을 이끈다. 등번호에서 알 수 있듯이 양현준은 팀에서 주축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고졸 신인으로 자유계약 입단한 양현준은 올해 K리그1 7경기에 출전해 1골3도움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하고 있다. 10일에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어려운 상황에서 정확한 헤더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양현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헤더로 골을 넣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라며 웃은 뒤 “크로스가 올라오는데 주변에 수비수가 없어 눈만 감지 말고 돌리자는 생각으로 헤더를 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이거 못 넣으면 큰 일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마의 감각이 뚜렷하다. 어제 세수하기가 싫었다”라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어 “평소에는 골을 넣으면 벤치로 달려가는 세리머니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동점골이라 기뻐할 틈이 없었다. 감흥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야 내가 골을 넣었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마수골이 득점에도 양현준은 골보다 어시스트가 좋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골보다 어시스트가 좋은 것 같다. 제가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동료가 골을 넣으면 정말 짜릿하다. 골을 넣어보니 어시스트할 때 더 쾌감이 있었다”라며 “영플레이어상은 못 받아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어시스트 1위는 꼭 하고 싶다”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양현준은 스피드와 기술, 슛 능력을 두루 갖춘 만능 공격수다. 그런데 원래 양현준은 중앙 미드필더 출신이다. 양현준은 초등학교 2~4학년 시절 풋살을 했다. 축구보다 풋살을 먼저 한 덕분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입단 후 김병수 전 감독의 제안으로 윙어, 혹은 공격수로 전향했다. 양현준은 “풋살을 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과 탈압박 플레이를 많이 배웠다. 제 롤모델이 이니에스타였다. 윙어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잘 바꾼 것 같다. 체질에 맞는다. 수비 능력도 부족해서 중앙 미드필더가 되기엔 부족하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공격수로 뛰고 싶다. 팀에 보탬이 된다면 어떤 포지션이든 괜찮다”라고 말했다.
양현준은 지난해 프로 데뷔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상위권 팀 수비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수준급 공격수로 도약했다. 양현준은 “자신감 차이인 것 같다. 지난해에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라 따라가기 힘들었다.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를 하면 고개를 숙이고 제 플레이를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자신감을 불어넣은 이는 바로 최용수 감독이었다. 양현준은 “감독님께서 45분은 최소한 무조건 뛰게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야 할 길이 멀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영플레이어상 수상,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등이 대표적 과제다. 양현준은 “상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금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엔 꼭 가고 싶다.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대표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겸손하게 하겠다. 부모님께서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다. 더 노력해 팀에 희생하고 보탬이 되고 싶다. 아직까지는 제 데이터가 부족해 상대 수비가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제가 더 발전해야 한다.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선수, 공을 잡을 때 기대가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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