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크론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투수를 쳐다보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사령탑은 2번 타순이 고민이라고 했다.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진짜 고민은 따로 있었다. ‘우승후보’ 평가 속 전력 퍼즐을 완전히 꿰지 못한 SSG 얘기다.

SSG 김원형 감독은 2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를 앞두고 “최지훈이 출루율을 높여야 부족한 퍼즐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 K’ 김광현이 복귀해 풍족한 선발 자원을 자랑하는 SSG는 홈런군단의 위용을 되찾기 위해 최적의 타순을 정립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불펜진의 컨디션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올라오는 상태라 타선 지원을 받아야 선발 투수를 길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콕 집어 ‘2번 타순이 고민’이라며 최지훈을 예로 든 것은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의 부진의 연쇄 작용 탓이다. 크론이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중심 타선에 포진할 선수 한 명을 끌어 올려야 한다. 크론을 중심에 배치할 수 없으니 기동력을 활용해야 하고, 이런 구도라면 최지훈이 하위타순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SSG 최지훈이 안타로 출루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크론이 파괴력을 갖지 못하면, 7, 8번 타순으로 내려가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상황도 고려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사령탑은 언제나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 때문에 최주환 한유섬 등 장타력을 갖춘 2번 타자 카드를 꺼내 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추신수와 최주환이 테이블세터로 나서 2안타 2볼넷 4타점 2득점을 합작했다. 선구안이 빼어난 추신수가 물꼬를 트면, 최주환과 최정, 한유섬으로 이어지는 홈런 타자가 뒤를 받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이날은 크론이 5번, 오태곤이 6번에 배치됐고, 최지훈이 그 뒤를 받쳤다. SSG 타선은 이날 안타 11개와 볼넷 6개를 묶어 7점을 뽑아내 나쁘지 않은 득점력을 가동했다. 최지훈도 안타와 볼넷 1개씩 뽑아내 김 감독이 바라던 ‘출루율 향상’ 가능성을 증명했다. 최지훈이 3할대 후반, 4할대 초반 출루율을 기록하면 최강 테이블세터진을 꾸릴 수 있다. 굳이 ‘강한 2번 타자’가 아니더라도 상대 수비를 붕괴시킬 수 있는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팀 내에서 기습번트 능력은 최고로 손꼽히는 만큼, 중심타선 앞에서 밥상을 안성맞춤으로 차려줄 수 있다.

SSG 최주환이 시범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최적의 타순이라면 최지훈이 테이블세터로 포진하는 것이다. 크론이 5~6할대 장타율을 발휘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 감독은 “크론과 대화했는데 ‘조급증이 생겨 제 스윙을 제대로 못했다’더라. 마음 편히, 자기 것을 찾아내면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크론은 이날 적시타 한 개와 볼넷 1개를 얻어내는 등 이 전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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