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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6일 제주 서귀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제주=박준범기자] ‘구자철 is Back.’

구자철(33)은 11년 만에 제주 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6일 제주 서귀포 빠레브호텔에서 복귀 기자회견을 가지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7년 제주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구자철은 2010년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하며 이름을 날렸다. 다음해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 이후 쭉 해외 무대를 누볐다. 독일로 떠날 때 “K리그로 복귀하면 제주 유니폼을 입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된 것. 구자철은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이곳에서 K리그에 데뷔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단 한 순간도 K리그를 잊은 적이 없다. 다시 K리그로 돌아와 뛰는 게 내 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자철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당시에 함께했던 멤버 대부분이 K리그에서 뛰고 있다. 특히 절친으로 알려진 기성용(FC서울)과 이청용(울산 현대)와 맞대결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기성용은 이날 기자회견 전에 공개된 복귀 축하 영상에 메시지도 직접 남겼다. 구자철은 “동료들을 보며 복귀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면서 “당연히 기성용, 이청용과 맞대결이 기대된다. 각자의 팀이 있다. 서로를 피치 위에서 마주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세명에게는 축구 이상의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자철과 일문일답.

-제주 복귀 소감은?

11년 만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주로 돌아와서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이곳에서 내가 K리그 데뷔했고, 4년동안 활약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유럽에 진출해서 다시 돌아왔다. 앞으로도 제주 선수로서 구단이 좋은 방향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번호 42번의 의미는?

등번호 선택해야 했다. 제주에서 7번과 42번을 달았었다. 7번은 조성준 선수가 달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42번 선택했다. 의미는 입단할 때 42번 달았다. 2007년에 어떻게 어디서 훈련했는지 등 초심을 잊은 적이 없다. 등번호를 다는 데 있어서 7번과 42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기뻤다.

-제주 시절 영상을 봤다.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K리그로 다시 돌아온다는 건 선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꿈이었다. 제주에서 다시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상을 보니까 나도 몰랐던 것들도 있다. 생각하는, 생각해왔던 일들이 벌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도 지켜내고 싶다. 열심히하겠다.

-제주로 가야겠다는 선택을 한 이유는?

남기일 감독님이 들어오라고 하셨을 때 돌아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답을 정했다. 아직 팀 훈련을 참가하지 못했다. 감독님도 내가 훈련하는 것 보고, 소통해서 좋은 시기에 경기를 뛰게 될 거라 생각한다.

-기성용은 물론 동료들이 많이 뛰고 있는데.

K리그를 떠난 뒤에도 하이라이트는 계속 찾아봤다. 최근에 (이)청용이가 복귀하면서 활발하게 그들의 활약도 찾아봤다. 단톡방이 있어서 공유를 많이 했다. 복귀하고 싶다는 열망도 커졌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 같이 하면서 어려움과 기쁨이 있었다. 그 순간들을 같이 오래 공유한 사이다. 동료들의 활약은 저 역시도 설렘도 있고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현재 제주의 전력은 어떻게 보는지.

제주 경기를 많이 봤다. 선수 구성을 봤을 때 강팀은 확실하다. 감독님이 강등 당하고 팀을 다시 만든 뒤 3년 됐다. 팀이 잘 잡혀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010년도에 준우승했다. 우승을 못 했는데 축구가 마음 먹은대로 되지는 않는다. 조금 더 차분하게 즐기고 재밌게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나의 일인 것 같다.

-2010년 당시와 많은 게 달라졌을텐데.

그동안 이방인으로 많이 살았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뛰어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냥 독일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는 한국 문화식의 겸손함이나 성격을 버리기 시작했다. 독일 문화나 독일 사람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한국에 돌아왔기 때문에 사실 헷갈릴 때가 많다. 팀 문화를 존중해야되는 게 팀원으로서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처음 독일에 갔을 때처럼 물어보고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모든 게 좋다.

-옷피셜이 화제였는데.

처음에 많이 힘들었다. 구단에서 제안했을 때 거절할 생각은 1%도 없었다. 제주는 제주만의 문화가 있다. 한라산이 갖는 의미나 백록담이 갖는 정기는 나한테도 남달랐다. 중간에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힘들었을지 몰랐다. 한 발 한 발 힘들어도 계속해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려갈 때도 되게 힘들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친구들이 사진을 보내줬는데 사실 믿고 싶지 않았다. 빨리 만회하고 싶다. 많이 늙었나요?

-런던 올림픽 10주년이 됐다. K리그에서 많은 활약 중인데.

당연히 내 커리어에 있어서 런던 올림픽은 스스로에 대한 위대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상당한 노력했다. K리그에서 멤버들과 재회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올림픽 멤버들 또한 단톡방이 있다. 나의 복귀를 반겨줬다. 단순한 축구 이상으로 의미있는 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기회를 더 멋있게 만들고 싶다. 홍명보 감독과 최근에 통화를 많이 했다. 박건하, 김태영 감독님도 있다. 너무 설렌다.

-K리그로 돌아오는 게 꿈이라고 말했는데.

부와 명예보다 하고 싶은 것을 쫓아가는 사람이다. 축구 커리어에 있어서 K리그는 빠질 수 없는 공간. K리그로 돌아오는 게 큰 꿈이었다. 상상하고 고대했었다. 나의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 K리그다. 그 감사함과 시절에 대한 회상은 인간으로서 잊을 수 없다. 다시 돌아와서 뛸 수 있다면 최고의 꿈이라는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다.

-가장 기대되는 맞대결을 꼽자면?

당연히 기성용, 이청용 맞대결이다. 각자의 팀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피치 위에서 마주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셋한테는 축구 이상의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와일드 카드 형들도 은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감격스러울 것 같다.

-백승호, 원두재 등 동일 포지션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 알 코르로 이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훈련할 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열심히 하기 위해 갔는데 환경적으로 어려웠다. 편안한 시간들이 많았다. 다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유가 없다. 나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잘하고 즐기고 싶다.

-

기대치가 높은데.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목표가 어떻다고 하는 건 운동을 오랫동안 쉬었다. 11년 동안 해외에서 뛰면서 자신을 믿으면서 살아왔다. 믿음으로 버텨왔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가장 그리운 건 축구에 미치는 것이다. 어쩌면 최근 1년 동안 그러한 감정을 못 받고 살았다. 목표를 갖기 전에 되찾고 싶다. 그런 목마름이나 축구를 사랑하는 열정과 노력이 그립다. 무대 뒤는 아무도 보지 못한다. 경기장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부분은 즐기고 싶다. 미치는 시간이 오면 결과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더 노력하면 된다.

-팬들께 한마디.

제주가 팬이 많이 없다.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10명이라도 SNS이던 식당에서 만나던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마웠다. 그분들이 기뻐할 생각하니 좋다. 경기장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그에 맞게 선수단이 프로페셔널하게 열심히해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

-현재가 본인 축구 커리어에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선수로서는 마지막 단계에 왔다. 제주로 돌아왔다는 건 그런 시기다. 미련없이 축구를 하는 열망이 있다. 이 시간들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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