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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연. 거제|스포츠서울 최민우 miru0424@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거제=최민우 기자] “현역으로 다녀와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전면 리빌딩 중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성적 향상을 향해 길고 지루한 여정을 보내고 있다. 한 시즌을 채 보내기도 전에 침체기가 찾아왔는데, 군에서 전역한 김태연(25)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전 3루수 노시환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1군 엔트리에 합류했고, 화끈한 타격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놀라운 점은 김태연이 지난 2년간 야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년 2차 6라운드 전체 59순위로 이글스에 입단한 김태연은 2019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를 결정했다.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기 때문에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탄약병으로 복무한 그는 상무나 지금은 폐지된 경찰청 야구단의 선수들처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중계 방송 화면을 보면서 꾸준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고, 일과를 마치면 체력단련실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굵은 땀방울은 전역하자마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5일 NC 전에 복귀전을 치른 김태연은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더니, 8월 한 달간 14경기에서 50타수 21안타 1홈런 11타점 타율 0.420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노시환이 돌아오면서 김태연은 외야로 뛰어야 했고, 수비 부담 탓에 장점이던 타격 능력도 퇴색됐다. 2021시즌 김태연은 53경기 176타수 53안타 3홈런 타율 0.301을 기록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외야수로 뛰어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내야수만 했다. 수비를 나가니까 내야에 있을 때보다 긴장되더라. 그런 생각이 타격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럼에도 타격 재능만큼은 인정받은 김태연이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의 공격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외야수로 기용했기 때문.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김태연은 ‘외야수’로 분류됐다. 완벽한 외야 자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팀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외야수로 돌린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코너 외야 한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연은 프로 선수의 현역병 입대가 경력 단절이 아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는 “군에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연습했다. 전역하고 경기에 나서보니 생각보다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2년 동안 쉬었는데 계속 경기를 뛴 사람처럼 야구를 하니까 신기하더라. 나를 보면서 다른 선수들도 군 입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군에 다녀 와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좋은 영향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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